16대 대선에서 새정치 구현을 바라는 국민 여망이 상징적으로 표출됨에 따라 정치권의 후속 변화 가능성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노무현 당선자 진영뿐 아니라 선거패배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에서도 시대변화에 따른 정치권 구태탈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같이해 왔기 때문이다.

 3김 퇴조후 실시된 21세기 첫 대선에서 국민이 낡은 정치 청산을 내건 50대 대통령을 선출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질서 재편은 내부 제세력이 스스로 생존해 나가기 위한 급박한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정국흐름을 좌우할 요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의 정국구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소수당인 민주당이 이끄는 새 정부의 입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가 이미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언급한데 이어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고민"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도 이 후보의 퇴장에 따른 내부 공백을 메우는 당내 권력구도의 재편과정에서 현재의 시스템과 울타리가 그대로 온존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치권의 동요는 단순한 가정이나 관측이 아닌 필연이자 현실이 되고 있고, 이미 내부적 움직임이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권의 내부변화가 단순히 표피만의 변화가 아닌 변혁수준의 환골탈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그것이 이번 대선에서 명백히 제시된 국민의 주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단순히 기득권 유지차원에서 또 한차례의 이합집산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과거 부패 연루세력이나 지역감정 의존세력,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도 상식도 없는 변절을 밥먹듯한 세력들이 여전히 정치적 대표성을 주장하고 또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상황이 이어져서는 새로운 정치는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와는 다른 여러가지 특징적 양상을 내보인 이번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국민여론의 실체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환경에 요구되는 새로운 시각과 자세를 준비하지 못한 채 구시대적 정치행태에 머물고 있는 정치인과 세력들에 대한 분명한 거부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변화나 변신도 이런 시대흐름과 여론을 제대로 읽고 반영하는 것이 되지않으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 정치권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변화의 방향을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