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제위기가 노사문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감이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의 전망도 불가능하지 않다. 회사 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집단행동으로 노조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져 세력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경제위기와 함께 노사문제가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대통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밝힌 대통령의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을 짜야 한다”는 말은 대체로 맞는 것 같다. 80~90년대와 2000년대는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울산미포조선은 이유는 다르지만 시기적으로 묘하게 들어맞아 노사문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게 됐다. 이모 조합원의 투신사건을 놓고 민주노총과 미포조선 노조가 충돌을 빚으면서 미포조선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이 박일수씨 분신사건 수습 문제로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어 끝내 탈퇴했을 때와 똑같은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경제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다른 회사 노조에 파급효과가 발생하지는 않겠으나 문제의 기저를 들여다보면 민주노총의 활동 방향성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시대적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은 “전세계에 닥친 경제위기를 우리의 노사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노조의 입장에서 보면 목이 조인 상태에서 협상을 하는 몹시 부당한 상황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인식이 여론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노조가 취해야 하는 방법은 뭘까. 바로 그 노사관계 재정립에 노조가 앞장서는 것이다. 기업이 변화의 주도권을 쥐기 전에 노조가 자진해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오히려 조합원의 권익을 챙겨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미포조선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사상생이라는 큰 틀의 시대적 변화에 따르면서 조합원의 권익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이 미포조선노조를 잃지 않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