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에서 대물과 한판승부
조류 약하고 낚시꾼도 적어 포인트 지천에 늘려
벵에돔·참돔 70~80㎝ 대물 마릿수·손맛 제대로
가이드 겸 프로낚시꾼 동행 초보도 어려움 없어

▲ 선상 낚시를 하는 두 명의 낚시꾼이 동시에 대물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물이 우글거리는 천혜의 황금어장인 대마도는 사면이 바다인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낚시터다. 하지만 일본 본토보다 부산에서 가는 거리가 훨씬 가까워 한국 낚시꾼들이 더 많다.

대마도에서도 대물 포인트가 가장 많은 아소만과 미네만 일대는 바다라기 보다는 오히려 호수에 가까울 정도로 파도가 잔잔하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잔잔한 바다 아래로는 참돔에서부터 긴꼬리벵에돔, 일반 벵에돔(일명 똥구로), 감성돔 등이 우글거린다. 안전한데다 여러모로 낚시 여건도 좋아 ‘타작’을 노리는 낚시꾼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대마도 낚시는 서쪽과 동쪽의 여건이 많이 다르다. 동쪽은 평균수심이 6~10m로 깊은 편이며 가을~초겨울에는 벵에돔 조황이 좋고 여름 어종인 벤자리와 참돔도 많이 낚인다. 미네만을 비롯한 대마도 서쪽 일대는 벵에돔이 산란을 위해 수심 옅은 여밭으로 몰리는 한겨울에 조황이 좋다. 벵에돔 조황은 서쪽이 좋은 편이고 동쪽은 긴꼬리벵에돔과 참돔 조황이 뛰어나다.

▲ 낚시꾼들이 하룻동안의 조과를 점검하고 있다.
■ 어종과 씨알은
주로 공략하는 어종은 긴꼬리벵에돔과 참돔. 힘 좋기로 소문난 두 어종이다 보니 걸었다 하면 씨름하기 일쑤다. 스풀이 풀려나가는 소리와 다시 감는 낚시꾼과의 한판싸움이 뱃전 곳곳에서 펼쳐진다. 긴꼬리벵에돔의 경우 씨알은 40㎝급 이상이 대부분이다. 참돔은 대중이 없다. 상사리에서부터 70~80㎝ 대물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조류에 흘려보내는 크릴새우를 미끼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다. 보너스로 올라오는 일반 벵에돔도 씨알이 장난 아니다. 손맛이 묵직하다고 느끼면 가로 세로 크기가 비슷한 40㎝급 이상이다.

대물을 노리려면 선상 낚시가 제격이다. 다소 파도와 하루종일 싸워야 하는 것이 부담이기는 하지만 조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포인트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처럼 조류가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에 멀미약만 복용해도 견딜 만하다. 입질이 뜸한 시간에는 선실에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찌가 스물스물 물 아래로 사라지는 순간을 즐기기를 원하거나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은 갯바위를 선택하면 된다. 낚시꾼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게 포인트다. 남해안처럼 새벽 4시에 출발해 포인트 경쟁을 하는 낚싯배들의 경쟁은 여기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갯바위에서는 채비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여가 많이 형성돼 있어 낚싯줄이 상하기가 일쑤다. 대물을 걸었는데 상한 채비로 인해 터뜨릴 경우 더 허망하기 때문이다. 갯바위에서는 30㎝급 일반 벵에돔의 떼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밑밥으로 제대로 모으기만 하면 하루종일 팔이 아플 정도로 잡아올린다. 조황의 등락폭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벤자리나 감성돔은 지금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마도에서도 가장 씨알과 마릿수가 뛰어난 북단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근에는 잘 올라오지 않는 어종이다. 북단은 날씨가 매우 쾌청하고 파도가 잔잔하지 않으면 출조할 수 없는 점이 단점이다. 간간이 부시리가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입질이 뜸할 때는 부시리도 반가운 손님이 될 때도 있다.

긴꼬리벵에돔이나 참돔은 주로 선상에서 조류를 따라 흘림채비로 잡는다. 뱃머리에서 흘려보내는 미끼용 크릴과 함께 낚시를 흘려보내다 보면 묵직한 당김이 전해지고 그 이후는 거의 사투에 가까운 전쟁을 펼쳐야 한다. 50m 이상 흘려 입질을 받을 경우 5분 이상 씨름을 해야 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또다른 즐거움이라면 긴꼬리벵에돔인지, 참돔인지 여부를 물위로 몸체가 드러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내만 갯바위에서 우럭을 낚아 올린 꼬마 조사.
■ 채비는

일단 튼튼해야 한다. 대물과의 한판승부를 위한 채비가 필수다. 언제 어느때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릴은 최소 3000번 이상이 바람직하다. 조류를 따라 흘림채비를 하는 탓에 흘렸다 감았다를 반복해야 하고 70~80m나 떨어진 곳에서 입질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3000~5000번 정도는 돼야 감당할 수 있다. 원줄은 3~4호줄. 선상에서는 상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갯바위에서는 쓸려서 상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생각하는 것보다 더 튼튼하게 채비해야 한다. 목줄은 원줄보다 1호 가량 낮춰 사용하면 된다. 낚싯대는 2호 이상이 무난하다. 조류에 따라 잠수찌를 사용하거나 3B봉돌만 물려 흘리면 된다.

현지에서 가이드 겸 프로낚시꾼이 동행해 안내하기 때문에 초보라도 어려움이 없다.

민장대를 하나 챙겨가는 것도 센스다. 낚시꾼들 숙소가 호수처럼 조용한 바닷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잠시 시간이 날 경우 메가리나 고등어를 낚을 수도 있고 파도가 심해 내만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해야 할 경우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징어를 바로 잡아 먹고 싶으면 루어 채비를 챙겨가면 된다 루어가 가라앉을 때 공격하는 오징이의 습성을 이용하면 먹을거리를 잡는 건 시간문제다.

■ 비용은

2박3일에 49만원. 배삯에서부터 숙식비를 모두 포함한 경비다. 부산에서 오전 9시30분께 출발할 경우 당일 오후에는 선상이나 갯바위에서 손맛을 불 수 있다. 오후 6시께 철수해 저녁식사후 곧바로 잠자리에 든다. 뜨끈뜬끈한 온돌방에서 온몸의 긴장을 푼 뒤 아침 5시 기상해 아침식사 뒤 6시부터 낚시를 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포인트는 매일 달라진다. 파도 등 기상여건을 적절히 감안해 프로그램을 짜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은 고민이 필요없다. 프로낚시꾼이 안내하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다음날은 하루종일 낚시를 하게 된다. 오전과 오후를 나눠 갯바위와 선상을 오갈 수도 있고 선상에서 하루종일 있을 수 있다. 다음날 오전에는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낚시를 한 뒤 오후 3시30분 출발하는 배로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다.

1박2일은 39만원, 3박4일은 59만원이다. 미끼나 밑밥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다.

대마도에서 만난 한 낚시꾼은 “조황이 아주 뛰어난 경우 파도를 핑계대고 하루씩 더 머물다 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모처럼 마음먹고 20만~30만원씩 들여 남해안 원도로 출조를 떠났다가 입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 우리나라의 사정에 비춰보면 낚시꾼들에게서 대마도는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글·사진=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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