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대선이 끝나자 울산지역 각 정당의 선거조직 해단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승자쪽은 잔치 분위기가 이어진 반면 패자쪽은 숙연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탄생시킨 민주당 울산선거대책본부는 26일 오후 해단식 겸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문을 낭독한 이상헌 선대본부장의 목소리도 힘찼고, 마감 뒤 다과회 분위기도 웃음꽃으로 넘쳤다.

 양자대결구도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울산선거대책위는 개표직후인 지난 20일 저녁 10여명의 조촐한 저녁모임으로 해단식을 대신했다. 다만 대선과 동시실시된 국회의원 보선에서 당선된 정갑윤 국회의원의 중구지구당, 권기술 시지부장이 이끄는 울주군지구당, 윤두환 국회의원의 북구지구당은 자체 해단식을 가졌다.

 두 정당의 해단식은 환희와 침통함의 외형상 분위기외에 내용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회견문을 통해 "새 시대에는 승자와 패자도 없다. 다만 도도한 역사의 흐름 앞에 "우리"라는 공동체가 있을 뿐이다. 이제 반목과 질시, 소모적인 편가르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승자의 아량과 여유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이본부장과 이영규 동구위원장 등은 회견 뒤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시대에 울산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시중에는 우리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나 실제로는 인재가 넘친다. 시민들도 다음 총선때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줘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의중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의중은 승자의 아량과 여유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나를 선택해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숱한 정치인들의 흔한 정치논리에 다름아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집권당으로써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숙원사업이 무엇인지, 시민들의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 이후 성과물을 갖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한나라당쪽도 대선 패배를 반성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 보다는 오는 2004년 총선 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구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위원장 인사말의 핵심은 "대선에서 패배해 너무나 아쉽다. 일치단결해 오는 총선에서는 압승하자"거나 "대선에서는 패했으나 똘똘 뭉쳐 총선을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자"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당원들이 똘똘 뭉친다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이번 대선은 확실하게 보여주었음을 한나라당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낡은정치 청산, 세대교체론, 국민통합 등을 외친 노무현 당선자의 승리는 바로 새 시대에 맞게 변화를 갈구하는 다수 국민들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내 당기반이 두텁다고 해서 이러한 국민적인 열망을 소홀히 한다면 그 기반은 점점 더 엷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활발한 활동과 그 결과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평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결국 대선은 끝났지만 그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고 본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선거는 계속되고 승패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대선이 끝난 뒤 총선을 준비하는 자세는 나무랄 성질이 아니지만 그 자세의 기준은 국민들의 삶의질 향상과 국익 신장이지 선거전략이나 달콤한 구호가 아니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을 포함해 울산지역 제 정당이 오로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정치권에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떨쳐버리는 새해가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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