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 울산주류문화전략연구소 소장
문화(文化)의 뜻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우아함, 예술품의 요소’라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음주(飮酒)문화란 기분 좋게, 분위기 있게, 멋지게 즐기는 음주행위의 요소라고 표현하면 될성 싶다.

80년대 중반에 맥주회사에 입사해 동료들과 술좌석에서 “다른 회사들은 전자, 섬유, 중화학분야 등에서 여러 제품을 수출하는데 우리 회사는 물장사(맥주)를 하니까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가끔 하곤 했다

그럴 때면 ‘유붕자원방래 일음 불적악호(有朋自遠方來 一飮 不赤樂乎)?’라 해 공자의 말씀에다 일음(一飮) 한마디 덧붙여 ‘친구들이 멀리에서 찾아온다면, 술 한 잔 나누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며 좌석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곤 했던 기억이 난다.

술을 옛 문인들이 소수추(掃愁湫)라 불렀음은 실로 지당한 명명이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도 조르겐 브레허(Sorgen Brecher)라 해 그 뜻이 ‘근심을 쓸어내는 빗자루’라 하며 소수추와 완전히 부합된다.

술을 어떻게 따르며 마시냐에 따라 지역적으로 세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제 술잔에 손수 따라 마시는 독작(獨酌)문화권이다. 주로 서양사람들이 독작을 한다.

둘째는 서로 술을 따라놓고 같이 마시고 건배를 하는 대작(對酌)문화권이다. 대작에는 마시기 전에 건배하는 음전대작(飮前對酌)과 마신 후에 건배하는 음후대작(飮後對酌)이 있다. 러시아사람들은 주로 음전대작을 하고 중국사람들은 음후대작을 한다.

셋째는 마시는 사람끼리 술잔을 주고 받으며 돌려 마시는 수작(酬酌)문화권이다.

세상사람들은 위의 세 가지 문화권 중 어느 한 문화권에 속하게 되는데, 한국인들의 수작문화의 배경 때문에 타의에 의해 음주 스피드가 높은 편이다.

또 거기다가 소맥이다, 폭탄주다, 수소폭탄주다해 요즘 들어선 마구 섞어마시니 곤드레만드레 되기가 십상이다.

어느 외국인이 ‘권하는 술은 사양하지 않고 마셔야 남자다운 것이며, 자신이 마신 만큼 권해야만 예의라는 것은 납득이 잘 안간다’고 한 잡지에 기고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로 음미해 볼만한 내용이며 절주를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술 마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심각한 감정의 하나로 ‘부족증(不足症)’이라는 것이 있다. 벗과 행복스레 어깨를 나란히하고 이집 저집 술집을 더듬을 때, 아무리 마셔도 쓰러지기 전까지는 술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증상을 이름이다.

그러나 그것은 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결국 우정에 대한 부족감에서 오는, 즉 우정의 만끽을 요구하는 정열의 감정이다. 그리하여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에 이미 나는 내가 아니고, 너는 네가 아닌 상태가 된다.

또 ‘술을 즐기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마실 때 서로 깊은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보다.

이승현 울산주류문화전략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