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명물 소수서원

▲ 퇴계 이황 선생이 이름을 지은 ‘취한대’. 소수서원 유생들이 이 곳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
사적 제55호, 임금이 서원이름 하사한 최초

사액서원단종 복위운동 선비 수천명 수장 ‘피끝마을’ 지명도.

선비문화 체험 선비촌·소수박물관 등 볼거리도 다채

경북 영주를 왜 ‘선비의 고장’이라고 할까. 선비촌 주변의 금성단과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등을 둘러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선 초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당시 유배 중이던 금성대군을 중심으로 단종 복위운동을 벌였던 곳이 바로 영주다.

소수서원을 들어서자 영주문화해설사 김민경씨는 “하인 한 명이 선비들의 반란 계획을 밀고하는 바람에 수천 명이 죽임을 당해 소수서원 앞에 수장됐다”며 “그 피가 죽계천을 따라 15리 가량 흘러가, 아래 마을에는 흐르는 피가 끝난 곳이라는 피끝마을이라는 지명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 강학당

소수서원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항상 나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뿐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소수서원은 사적 제55호로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액서원이자 사학기관으로 서원의 건물은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됐다. 일반적인 서원의 배치가 완성되기 이전인 초기의 서원이기 때문인 듯하다.

소수서원에 들어가기 전 평균 300~500년 이상된 소나무군락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어 서원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경건하게 해준다.

소수서원의 출입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백운동이라는 현판이 쓰인 명륜당, 왼쪽에 문성공묘, 전사청이 있다. 강당인 명륜당 바로 뒤로는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일신재와 직방재가 연속으로 있고 우측으로 학구재와 지락재가 있다. 서원 뒤편에는 사료전시관과 충효교육관이 있다. 서원의 일반 배치가 강당 좌우에 대칭으로 동·서재를 두는 것인데 비해, 소수서원은 현판의 이름으로서 구분했다.

▲ 백운동 ‘경’자 바위

모두 옛 모습 그대로라 인적이 없을 때 걸으면 골목에서는 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선비 한 명이 걸어 나올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소수서원을 나와 가다보면 민속촌을 만난다. 2004년 9월 개촌한 선비촌이다. 유교문화의 본고장이라 자처하는 영주 땅에서 고유의 선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소수서원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입구에서 죽계천을 따라 아래로 30여m만 내려가면 바로 소수서원이고, 소수서원과 죽계천을 사이에 두고 소수박물관과도 연계돼 있다.

선비촌은 조선시대 양반과 상민의 생활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전통 체험 마을로, 조선시대 저잣거리에서 고래 등 같은 기와집·초가·정자·물레방아·대장간·곳간까지 무려 76채의 건물을 저잣거리와 전통골목과 함께 꾸며 놓았다. 특히 영주 주변의 유명 가옥들을 옮겨와 조성해 놓은 전통 기왓집은 실제로 사람이 사는 듯 해놓았다. 방마다 삼층장과 자개장이 놓여 있고 벽엔 도포까지 걸려 있다. 이곳에 옮겨놓은 열두채의 전통 가옥에서는 실제 숙박도 가능하다.

▲ 경렴정

선비촌엔 가정교육을 중시했던 선비들의 모습도 재현해 놓았다. 김문기 가옥의 사랑방엔 수염이 허연 조부가 어린 손자에게 “얘야, 먹은 갈았느냐”며 학문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를 가르치는 묵직한 목소리가 녹음기를 통해 갑자기 흘러나오고, 두암고택 안채에선 “아야, 들어보거라”며 출가를 앞둔 딸에게 주는 어미의 가르침이 노래로 들려온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촌, 소수박물관으로 구성된 순흥문화유적권에는 괜찮은 산책로도 서너 개 있다.

특히 소수박물관에서 취한대까지 이어지는 연화산 자락의 산책로는 명상의 길이다. 겨울 추위때문인지 찾는 사람도 없어 호젓한 분위기가 풍기는 퇴계 이황이 세운 취한대는 소수서원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그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 선비촌 내 초가

+++여행수첩+++

10대 사찰 부석사

풍기온천도 유명

영주는 중앙고속도로 풍기인터체인지(IC)와 인접해 울산에서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외에도 영주에는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인 부석사가 있다. 부석사는 무량수전 서쪽 큰 바위가 아래의 바위와 위의 바위가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고 부르는데서 붙여졌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 보물 4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5점 등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조사당 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유물전시관에 보관돼 있다.

또 소백산 자락에는 영주시에서 직접 개발·관리·운영하는 풍기온천이 있다. 풍기온천은 소백산 자락 지하 800m에서 용출되는 불소와 탄산성분이 함유된 양질의 알칼리성 온천수이다. 유황성분이 풍부해 독특한 유황냄새를 맡을 수 있고 물이 매끄럽다. 이같은 성분으로 인해 만성관절염, 신경통, 금속중독, 동맥경화증, 당뇨병, 만성 기관지염,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사진=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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