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영 일산초등학교 교사
항상 새로운 만남은 약간의 설레임과 조금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싸늘하게 부는 일월의 매서운 바람을 뒤로 하며 강남·강북 겨울 영어 캠프에서 만날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며 서라벌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준별 반 편성을 마치고 5학년 D반을 맡았다. 아이들 또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긴장으로 약간 상기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열여섯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치며 우리의 만남은 시작됐다. 공동생활에서 규칙 준수의 중요성과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우리 반에서 두 명만이 알파벳을 정확하게 발음하고 쓸 수 있었다. 2주의 캠프 기간 동안 확실한 파닉스 지도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첫 시간부터 알파벳의 특징을 우리말과 비교해 설명하고 칸을 맞추어 쓰는 방법을 한 명씩 모두 체크해 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알파벳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차례대로 가르치고 숙제를 내고 학습한 내용으로 시험은 쳤다. 아이들에게 정직하고 성실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기회가 온다는 것을 강조하며 열심히 하도록 독려했다. 세 명을 제외한 모두가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고 세 명도 남아서 연습하고 다시 시험을 쳐서 모두가 100점을 받았다. 100점을 받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 또한 너무 행복했다.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캠프에 잘 적응한다고 생각할 즈음, 사흘째 저녁 때 아이들의 방을 둘러보는데 두 명의 여학생이 집에 가고 싶다고 울고 있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공부도 힘들다고 했다. 오전 3시간의 교재 수업, 오후에 있는 3시간의 영어 동화와 노래 시간, 특별활동, 저녁 3시간 수업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이 힘들만도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방을 나왔다. 다음날 다른 아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울 때 그 아이들이 공감하고 달래주는 모습을 보며 곁에서 빙긋 웃기만 했다.

14명의 원어민 교사와 13명의 영어 전담 교사의 열정적인 영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의 요리 실습, 골든벨, 외화 따라잡기, 체육대회, 노래 대회 등과 같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함께 부딪히며 우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친한 친구가 됐다.

14박 15일로 계획된 캠프의 전과정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첫 주에만 참가하고 캠프를 먼저 떠나오는 월요일 아침. 반장이 필자의 손을 이끌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칠판 가득 사랑의 메시지를 적어 놓고 이별을 아쉬워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편지들을 건네며 눈가가 붉어지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남은 한 주도 지금처럼 해주기를 당부하고 교실을 나왔다. 본부에서 인계할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열려진 틈 사이로 계단에 서있는 J의 모습이 보였다. 말수가 적고 소극적인 J.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 J를 꼭 껴안아주며 너무 행복했다.

같은 지붕 아래서 먹고 자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공부하는 틀을 잡아주는 등 많은 것을 가르치려 했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내가 가르쳐야 하는 건 단지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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