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배성근-이종민

옛 것 살리면서 현대에도 맞게 변화된 서예 필요

최고 위한 지름길 없어…한걸음 한걸음 전진해야

문화도시 되려면 모든 예술 깊숙이 뿌리 내려야

▲ 배성근 울산서예협회 회장(오른쪽)과 이종민 서예가가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한국서예협회 울산시지회 우보 배성근(65·남구 무거동) 지회장은 울산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40여년이 넘게 울산에서 서예를 가르치고 발전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20여년 전 서예가의 길로 들어설 때부터 배 지회장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는 서예가 중보 이종민(49·동구 서부동)씨도 함께 자리를 했다.

“울산에서 서실을 마련하고 활동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울산에 놀러 왔다가 울산에서 서예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곳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예향 전주 출신인 배 지회장이 울산에 정착한 70년대만 해도 울산에 서실이라고는 5군데에 불과했다. 당시 울산보다 규모가 작은 전주는 무려 30여군데가 있었다.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한 울산에 정착한 것은 공업도시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문화의 발전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배 지회장의 생각처럼 대한민국서예대전의 초대작가 16명을 비롯해 울산시서예대전 초대작가가 64명이나 될 만큼 울산 서예는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 하지만 울산의 서예인구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는게 이씨의 생각이다.

“서예하는 사람조차도 글씨는 공짜로 부탁하고 표구는 자기돈으로 한다는 등 서예가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울산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바뀌려면 모든 예술의 뿌리가 깊은 도시가 되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배 지회장과 이씨가 단둘이 있을 때는 다른 이야기도 할 법한데 항상 서예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 배 지회장은 ‘매 순간 순간 노력해야 한다’ ‘공부를 게을리 하지마라’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개인전을 열어라’ ‘자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라’ 등등 스승으로 때론 친동생으로 이씨를 채찍질한다.

“이런 충고를 할 수 있는 것은 배 선생님 스스로가 이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공부하시고 연말이면 100장이고 200장이고 자필로 편지를 써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등 생활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씨는 이런 언행일치가 이뤄지는 배 지회장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고 한다.

사실 이씨가 20년전 처음 서실을 시작할 때 배 지회장은 서실을 열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라고 조언한적이 있었다. 이씨는 당시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10년 후에 몸으로 느끼며, 후회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니가 서예가면 난 한석봉이다’라는 말을 듣고 서예가의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항상 정도를 가는 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서예가는 없지만 한발 한발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학문에 충실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배 지회장과 이씨는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과 답을 해주는 등 생활 속에서 서예에 대한 열정을 보이며 다정한 스승과 제자, 친형제 같은 모습을 보였다.

배 지회장은 서예의 발전을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이씨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옛 것에 치우치는 서예가 아니라 옛 것을 살리면서 현대에 맞게 변화된 서예가 필요하다는 점을 늘상 강조한다.

“과거에도 기와집에 맞는 서예작품, 초가에 맞는 서예작품이 따로 있었듯이 아파트에 맞는 작품과 한옥에 맞는 작품은 다르지요. 여기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서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함께 노력해 봅시다.”라고.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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