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등 100년 전 전통 가옥 눈길
은빛 갈대숲 순천만 탐조선 투어
영화·드라마 세트 눈요기 ‘쏠쏠’

▲ 순천 도심 속에 만들어진 야외 드라마 촬영지. 60~70년대 달동네의 정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 낙안읍성

전남 순천 조계산 남쪽 들녁에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있다. 낙안읍성 둘레는 약 1.5km. 장방형의 성곽 안 사람들은 오래 전 고향마을을 지키듯 옛 모습 그대로의 삶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성 안에 들어서면 우리네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들이 살았던 소박한 시절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박제 된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삶의 터전인지라 흙벽이나 돌부리 하나에도 따스한 온기가 스며있다.

한 짐 지게를 멘 할아버지가 무거운 듯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초가 마당 빨랫줄에는 내복, 행주, 이불 홑청들이 바람결을 따라 일렁거린다. 얌전히 벗어놓은 댓돌 위 고무신으로 시선을 옮겨가는 순간 100여 년쯤 전으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 듯 시간관념을 잃고 헤매게 된다.

낙안읍성 출신 가야금 병창의 최고봉 오태석 명인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공간도 있다. 그의 후예들이 초가 한 칸에 기거한 채 득음의 경지에 오르려는듯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을 훔쳐볼 수도 있다.

이 민속마을 한가운데에는 병자호란의 영웅 임경업 장군의 선정비가 남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임장군이 낙안성을 하룻밤에 쌓았다는 전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임장군에게 각별한 정을 품고있다. 해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정월대보름이 돌아오면 이곳 선정비에서 그를 기리는 제례가 올려진다.

낙안읍성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마을 안에서만 맴돌 것이 아니라 꼭 읍성에 올라보아야 한다. 400년 전 축성된 4m 높이의 성벽에 오르면 온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봉긋하게 피어오른 초가 지붕들이 겨울햇살 아래 더욱 노랗게 웃는다. 파수꾼 감나무는 까만 가지 뿐이지만 한두개씩 달린 감홍시가 붉디붉다. 외양간과 짚더미의 두엄냄새도 정겨움을 더하고 실타래마냥 구불구불한 돌담길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 순천 낙안읍성 전경. 제대로 즐기려면 읍성을 따라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한 바퀴 둘러보아야 한다.
■ 순천만

“천천히, 조용히, 그 순간 갈대의 속삭임이 들립니다.”

요즘 순천만은 갈대가 한창이다. 대대포구를 지나 순천만데크를 지나다보면 갈대의 품 속에 안긴듯 지천으로 널린 갈대 속을 헤매게 된다. 멀리서 볼 때는 갈대숲의 규모에 놀라지만 일단 그 속에 들어서면 갈대와 바람이 빚어내는 풍광에 또한번 감동받게 된다.

파도처럼 바람길을 그려내는 갈대군무가 멋있다. 그들이 부대끼는 소리는 귓가의 속삭임이 되어 종래는 혼자 걷는 이라도 외롭지않다.

순천만의 대표 전경인 S라인 물길을 보려면 갈대숲 데크를 따라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어들어가야 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용상전망대에 올라서야 비로소 각종 매체를 통해 익히 보아왔던 물길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일렁이는 은빛갈대숲과 수로를 따라 지그재그로 달려가는 순천만 탐조선 투어도 인기다. 청둥오리, 노랑부리 저어새, 왜가리 등 마치 이웃처럼 사람과 친숙해진 철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 드라마 촬영지

지난 2006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도심 인공 세트장이 젊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모은다. 이 곳 촬영장을 거쳐 간 작품들은 모두 8편. 영화 ‘그해 여름’ ‘마파도’ ‘님은 먼 곳에’를 비롯해 최근 드라마 ‘에덴의 동쪽’까지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이 곳 촬영장을 이용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세트는 바로 ‘달동네’다. 60~70년대 달동네 판자촌을 그대로 옮긴 듯 하다. ‘고데’ ‘빠마’가 일품인 ‘환희미장원’, 연탄을 새끼줄을 꽤어 판 ‘길성상회’ 등 그 시절의 추억담과 서민들의 애환이 세트장 곳곳에서 묻어난다.

■시티투어 이용하면 저렴하고 알찬여행 가능

순천 여행 중 핵심인 낙안읍성과 순천만은 시티투어로 편하고 저렴하게 구경할 수 있다.

시티투어 코스는 두 종류다. 매주 화·목·금·토요일 운행코스는 드라마촬영장(에덴의동쪽), 선암사, 낙안읍성, 순천만. 매주 월·수·일요일 운행코스는 드라마촬영장(에덴의동쪽),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 이용 요금은 8000~9000원. 버스이용료와 입장료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며 전문해설사가 동행한다. 출발지는 순천역 관광안내소 앞. 061·749·3107.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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