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땐 약물치료로 50 ~ 90%까지 증상 완화 가능

지속되면 치매 동반…전문의와 상담 정확한 진단 중요

예전과는 달리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은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로로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 즉 걸을 때 한쪽 다리가 끌리거나 젓가락질과 같은 미세한 동작이 안되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윤방부 위원장은 “파킨슨병의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증상이 있더라도 중풍이나 허리디스크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서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노인질환으로 대개는 50~60대 이후에 발병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00명당 1~2명에게서 발병한다. 우리나라에는 5만명 내외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30~40대에 발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파킨슨병은 사람 뇌의 ‘흑질’ 부위 신경 세포가 점차 죽어감에 의해 발생하며, 신경 세포가 죽는 원인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파킨슨병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부검 시 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이 가능한 것으로 현재 널리 시행되고 있는 뇌 CT나 뇌 MRI 등의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다. 다만 최근에는 ‘PET-CT’라는 검사를 이용해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돼 초기 파킨슨병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걸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걸을 때 자연스럽게 팔을 흔들면서 걷지만,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팔의 흔들리는 폭이 감소하게 되고, 특히 초기의 환자에서는 증상 있는 쪽의 팔 흔들림이 반대쪽 팔에 비해 감소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파킨슨병과 치매를 혼동한다. 치매는 기억력,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환자의 운동 능력은 대개 유지가 되지만 파킨슨병은 인지 기능의 장애가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킨슨병 환자들 중에서 노인이나 병이 오랫동안 지속된 사람에게서 치매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파킨슨병의 약물치료를 통해 주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러한 약물 치료로 증상의 50~90%까지 감소하게 되고,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 약물의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불규칙해지고, 약의 효과가 있을 때에는 몸이 불수의적으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물들이 개발돼 있으며,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대뇌심부자극술이라는 수술도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우수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윤 위원장은 “현재 파킨슨병을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치매와 달리 초기부터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며 “파킨슨병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자가진단법을 통해 점검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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