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문현동 안동네 입구에 마련된 ‘벽화 찾아가기’ 마을지도.
벽면 가득 우리네 사는 이야기

작품 제목 읽는 재미도 ‘쏠쏠’

관광객 배려 벽화 찾기 지도도

■ 혼자 가면 좋은 곳, 안창마을

안창마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벽화는 바로 동구종합사회복지관으로 올라가기 전 한켠에 놓인 책장 벽화다. 대여섯권의 책과 사과, 토끼인형 등이 있는데 책 제목이 안창일기, 꿈이 있는 마을 등이다. 벽화를 그린 이의 센스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서 도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여러 벽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하나 하나 찬찬히 살피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거나 와~하는 짧은 탄성이 나오는 벽화들이 있다.

▲ 문현동 안동네-민들레 홀씨 부는 벽화.
아무리 잘 그린 벽화라해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으면 맞지 않는 신발을 억지로 신으려는 신데렐라의 이복언니들을 보는 것처럼 애처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의 벽화들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리 튀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것이 그냥 원래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을 정경과 잘 어울리는 벽화

개성있는 문패·우편함도 눈길

번득이는 재치 입가엔 미소가

▲ 안창마을을 보여주는 벽화.
도로변 버스정류장 벽화는 꼭 거기 서 있으면 마을버스가 앞에 치익 소리를 내며 설 것만 같다.

그리고 ‘Welcome to 안창마을’이라는 제목의 만화 벽화는 이 곳에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한 때의 상황을 잘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차로는 휙, 다리로는 20걸음 안쪽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인데 끝에 다다르면 ‘계속’이라는 단어를 보면 언제 다음 이야기가 어디에 그려질지 작은 기대까지 품게 된다.

또 안창마을은 오리로 유명해서인지 유난히 벽화에 오리가 많이 등장한다. 안창마을 전체를 보여주는 벽화에 도로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 것도 사람이 아닌 오리일 정도다.

안창마을은 문패나 우편함 역시 각 집의 개성을 살려 특이해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름 석 자만 적더라도 장난감 블록을 이용하는 식이다. 아니면 행복이 있는 집, 웃으면 복이 오는 집, 사랑이 있는 집 이라고 쓰여져 있다. 또 통장네 집은 간단한 그림과 함께 즐거운 통장집이라고 돼 있다.

▲ 문현동 안동네-유리창을 깨고 놀란 아이.

안창마을은 혼자 가도 좋다. 벽화들이 마을 중심에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이어져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 여럿이 가면 좋은 곳, 문현동 안동네

문현동 안동네는 총 47개의 벽화가 마을 집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꼭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인지 혼자보다는 친구 한 명 또는 여럿이 와서 구경하면 더 좋을 것 같다.

▲ 문현동 안동네-재밌는 풍선놀이.
처음 이 곳을 찾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마을 입구에 벽화가 있는 위치를 사진과 번호와 함께 매겨놓은 ‘벽화 찾아가기’지도가 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같은 기분이다.

문현동 안동네의 벽화에는 삶의 소소한 이야기 거리가 가득 담겨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온 동네 골목을 누볐던 그 때나 젖먹던 힘까지 다해 줄다리기를 하던 가을운동회, 오랜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간식으로 삶은 노란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던 어느 늦은 저녁, 밥 달라고 꼬리 흔드는 멍멍이까지….

벽화는 안창마을보다 조금 더 밝은 느낌이다. 어른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 안창마을-책장 속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각 작품마다 번호와 제목이 달려있다. 아늑한 집과 풍선, 재밌는 놀이동산 등등 그림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제목이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또 낙서를 할 수 있는 알림란도 있다. 이 곳에는 언제, 누구와 함께 왔다는 흔적들이 남겨져 있다. 작으나마 이 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처음에 번호 순서대로 찾아보리라 했던 다짐은 미로같은 거리의 특성상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있는 화살표가 도움을 줄 것이다.

+++여행수첩

■ 벽화마을 출사 TIP

-주민들의 생활터전. 사진을 찍을 때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방문전 인터넷 상의 사진을 미리 보고 실제 모습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다.

-가파른 산동네. 운동화에 편한 옷차림이어야 구석구석 벽화들을 잘 찾아볼 수 있다.

-문현동 안동네는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특히 길이 더 낯설다. 그래서 자칫 잘못 들어가면 남의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자.

■ 또 다른 벽화마을?

● 전북 고창군 부안면 돋움별 마을 = ‘패밀리가 떴다’라는 오락 프로그램 촬영지로 더 유명. 이 마을은 국화를 소재로 한 벽화가 많다. 특히 각 집에 살고 있는 실제 인물들을 벽화에 옮겨놓기도 했다.

●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 = 바닷가 벽화마을로 유명하다. 이 곳 역시 산동네로 2007년 재개발로 사라질 뻔 했으나 뜻있는 이들이 모여 마을 가득 벽화로 꾸몄다. 동피랑은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으로 그림이 아름다운 마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사진=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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