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를 위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았지만, 연일 새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이런 저런 기대와 전망, 혹은 찬반의 다양한 의견들이 각종 신문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제까지 알려진 새 정부 정책의 기조는 예상대로 ‘개혁’에 그 무게 중심이 실려 있는 듯하다. 특히 필자의 입장에서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도입, 지방인재 할당제, 지방대학의 집중 육성 등의 정책이, 그동안 누적된 침체로 신음하는 지방에 획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개혁적 정책’이라는 점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몇몇 경제정책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고, 이해 당사자간의 기세싸움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논쟁의 초점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과 재벌정책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정책들은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정책 안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매우 단호하다. 즉,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정책과 재벌정책의 주요 내용이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비록 새 정책 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정한 전문가 집단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정책 이슈 중 하나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동에 매우 중요한 사적 계약의 자유를 훼손하여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원칙을 현실에 적용한다고 할 때, 반드시 등장할 노동의 양과 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사실상 해결이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정거래정책의 주요 이슈인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내부거래는 본질적으로 이윤동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이윤동기는 바로 기업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내부거래와 외부거래간의 비용 비교에 의해 내부거래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만일 정부가 나서서 내부거래를 금지시키고 외부거래를 강요한다면, 의도와는 다르게 기업의 이윤추구행위를 방해하는 결과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의 영역에서는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분배의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많이 벌어서 즐기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숨긴 채, 쉽고 편하게 잘사는 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한 현실도, 시장이 단순 다수결 혹은 명령에 의해 작동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논리로 뒷받침되지 못한 경제정책은 그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분야의 아이디어나 구호 수준의 주장이, 충분히 다듬어 지거나 세밀하게 검토되지도 않은 채 서둘러 경제정책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주말,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새 정부와 경제계는 한판 기세 싸움을 벌였다. 그것이 상대의 내공을 파악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 기세 싸움이 서로에게 유익했기를 기대한다. 비록 앞으로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의 크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부 업무보고 파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했다는 말처럼 "내 생각을 강요하려고 하지 말고 빈 마음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개인적 자존심이나 지조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먹고 살 쌀독을 깨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모두가 잘 알겠지만, 오늘날의 경제주체와 자원은 국적이 없고 매우 예민해서, 반칙하고 시끄러우면 순식간에 떠나 버린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