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절정인 경주로 떠나요
벚꽃의 기억이 까까머리 고등학생 추억의 한 장면인 것처럼, 누구나 벚꽃에 대한 자기 만의 추억을 한 가지 쯤은 품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팔짱을 끼고 보문호 산책로를 걸었던 아스라한 그리움,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벚꽃놀이를 갔던 추억, 꽃비가 흩날리는 거리에서 솜사탕을 먹으며 봄소풍을 간 기억 등 벚꽃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늘을 뒤덮는 꽃구름이 됐다가 함박눈처럼 한꺼번에 떨구는 꽃잎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군항제와 함께 전국적인 벚꽃 명소로 알려진 진해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진 곳이지만 벚꽃에 둘러싸인 천년고도 경주는 어느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은 곳이다. 보문호를 수놓는 연분홍빛 벚꽃과 밤에 만나는 장군로의 황홀한 벚꽃 터널은 어느 곳보다도 황홀함을 안겨준다. 덧없는 인생처럼 한 순간에 쓰러지는 벚꽃과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경주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절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여기다 반월성의 아름드리 벚꽃은 첨성대 인근의 유채꽃밭과 어우러지면서 연출되는 한 폭의 그림. 거기에다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인간 군상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계림. 참으로 환상적이다.
특히 연인끼리나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면 한층 더 벚꽃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꽃길을 따라 반월성 일대를 한가로이 돌아보거나 보문호를 지나 불국사까지 이어진 벚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 찌든 일상의 힘겨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경주 벚꽃이 절정이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주를 찾아가보자.
글=최석복기자·사진=김동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