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절정인 경주로 떠나요

▲ 경주 반월성은 벚꽃과 유채꽃, 개나리가 어울려 봄나들이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눈송이처럼 하얀 벚꽃이 피는 4월엔 경주를 찾는다. 벚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30년전 추억을 회상하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기 위해서다.

벚꽃의 기억이 까까머리 고등학생 추억의 한 장면인 것처럼, 누구나 벚꽃에 대한 자기 만의 추억을 한 가지 쯤은 품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팔짱을 끼고 보문호 산책로를 걸었던 아스라한 그리움,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벚꽃놀이를 갔던 추억, 꽃비가 흩날리는 거리에서 솜사탕을 먹으며 봄소풍을 간 기억 등 벚꽃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늘을 뒤덮는 꽃구름이 됐다가 함박눈처럼 한꺼번에 떨구는 꽃잎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군항제와 함께 전국적인 벚꽃 명소로 알려진 진해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진 곳이지만 벚꽃에 둘러싸인 천년고도 경주는 어느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은 곳이다. 보문호를 수놓는 연분홍빛 벚꽃과 밤에 만나는 장군로의 황홀한 벚꽃 터널은 어느 곳보다도 황홀함을 안겨준다. 덧없는 인생처럼 한 순간에 쓰러지는 벚꽃과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경주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절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여기다 반월성의 아름드리 벚꽃은 첨성대 인근의 유채꽃밭과 어우러지면서 연출되는 한 폭의 그림. 거기에다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인간 군상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계림. 참으로 환상적이다.

특히 연인끼리나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면 한층 더 벚꽃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꽃길을 따라 반월성 일대를 한가로이 돌아보거나 보문호를 지나 불국사까지 이어진 벚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 찌든 일상의 힘겨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경주 벚꽃이 절정이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주를 찾아가보자.

글=최석복기자·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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