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방안

경상일보와 울산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4회 여성주간 기념 지상좌담회’가 지난 22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는 본보 김창식 문화생활부장의 사회로 각계각층에서 활동 중인 4명의 패널들이 모여 제반 현황과 자신의 경험, 발전방향 등을 제시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손유익 울산시여성가족청소년과장, 최경란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김헌성 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장, 정은경 한빛세무회계 직원 사회=김창식 경상일보 문화생활부장

일시·장소=7월 22일 오후 3시, 경상일보 8층 회의실

△김창식 문화생활부장 = 경력단절 여성들이 어려운 경제여건과 맞물려 사회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 중 입니다. 올해 초 정부에서는 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었는데, 울산지역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현황이나 그 밖에 제반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부사원 채용 기업에 인건비 지원 등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제고 위해 힘써”

△손유익 시여성가족청소년과장 = 울산은 화학 및 중공업 등 남성중심적 산업도시인데다 시민들의 평균연령대도 낮습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규모는 3800만원대(2006년)로 전국 평균의 두배가 넘습니다. 근본적으로 여성 일자리가 작은 구조인데다 출산과 육아기의 여성연령이 많으며, 취업보다는 교양이나 여가활동에 더 높은 관심을 두기 때문에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률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2006년 자료에 따르면 울산여성경제활동 비율이 45% 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더군요.

하지만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잠재노동력인 여성들의 힘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우리 시도 여성인력개발기본계획에 의거해 2012년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전국 평균인 50%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습니다. 여성취업박람회, 여성취업포탈사이트, 여성직업능력개발교육 활성 등 기존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 올해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새로이 추가운영 중입니다. 취업상담 및 정보제공, 직업교육훈련 및 취업알선, 취업사후관리 등 경력단절 여성에게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밖에도 주부사원을 채용할 경우 기업체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주부인턴제’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활성화를 꾀하는 중입니다.

△사회자 = 지자체의 정책이나 지원제도 등이 실수요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아무래도 수요자가 원하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훈련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성 재취업을 위해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에 있습니까.

△최경란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 아무래도 여성일자리 창출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는 저희 센터가 울산에서 제일 먼저 개관을 했고, 그만큼 지난 10여년 간 노하우도 많이 쌓였다고 자신합니다. 예전에는 전국의 여성취업지원기관이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취업강좌를 운영하는 행태가 많았습니다. 단순노무 위주의 직업훈련은 사실 취업까지 연결되기가 힘들고, 취업상태를 유지시키기도 힘듭니다. 무엇보다 지역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강좌는 훈련생만 늘릴 뿐 실질적인 취업창출효과는 높지 못했습니다.

지난 해 저희 센터가 시도한 ‘CO2 용접기능인’ 및 ‘조선·기계CAD 전문가’ 양성과정이 비전통 여성전문직 훈련이었는데다 100% 취업달성이라는 것 때문에 전국적인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습니다만, 사실 그 보다는 지역 실정을 감안한 ‘맞춤형’ 직종을 개발하기 위해 3년 여에 걸쳐 수요조사를 벌였고, 취업으로 이어지는데는 센터와 기업체와의 MOU 결연이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자=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추천프로그램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해 주시죠.

 

“여성생애주기별 강좌·취업준비훈련 등
 수요에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

△최 관장 = 경력단절 여성들만을 위한 집단상담, 전업주부 및 중장년층 여성만을 위한 제과기능사과정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주부를 위한 외국어강사 양성과정 등 세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가능합니다.

관에서나 기업체의 협조가 적지않습니다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여성생애주기별 강좌나 취업준비단계 훈련프로그램도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취업률을 높이려면 수요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한데, 지역수요조사를 전반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이 업무보조를 해 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자 = 경력단절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원하고 있습니다. 가사 및 육아부담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성공한 경험자의 이야기 또한 구직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구직자세·취업후 인간관계 조언 등
 실무와 함께 다양한 영역 교육 절실”

△정은경 한빛세무회계 직원 = 출산과 육아 등으로 한동안은 바쁘게 지냈지만, 아이들이 교육기관에 보낼 나이가 되면, 사실 주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취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여상을 졸업해서 세무 및 회계쪽 기본 지식은 갖추고 있었기에 지금 일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었지요.

구직 전 자신의 취업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 꼭 점검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아만족인지, 경제적 이유때문이지, 발전가능성과 자신의 적성과도 어울리는 지 등 사전에 꼼꼼하게 체크를 해보아야 합니다. 절실하지 않으면 100% 중도포기하게 마련입니다.

전업주부의 경우 혼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인들보다는 나았지만, 저 또한 훈련기관을 통해 세무회계전산과정을 마스터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업무와 연관된 교육만 받게되면, 그야말로 기능인 이상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곳이 단순히 일하는 기계를 뽑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 또한 취직에는 성공했지만, 재취업 초기에는 나이 어린 미혼직원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구직자 마인드컨트롤을 비롯해 사후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훈련기관을 꼭 이용해 보세요.

△사회자 = 다행스럽게도 울산지역에는 여성인력채용에 상당히 친화적인 기업체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여성친화기업 정부 인증에다 여성일자리제공 업무협약까지 맺는 등 여성취업에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친화기업’의 현황과 사내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여성만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
여성 스스로 업무영역 넓히는 노력을”

△김헌성 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장 = 현재 본사 여성근로자 비율은 전체의 7.3%에 달합니다. 대졸공채 기준으로 따지면 2000년대 초반까지 10%가 채 안됐습니다. 12%를 목표로 세웠었지만, 뛰어넘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2002년도에는 대졸여성만을 대상으로 20명 정도를 더 채용하기도 했었으며, 최근 3년간은 15% 대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또 선박설계를 지원하는 사외 협력회사에도 전체 569명 중 32.5%인 185명이 여성입니다. 단순 행정직종에 집중됐던 여성근로자 비율은 점차 설계 및 현장요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업종에 관계없이 필연적인 현상이며, 그로인해 여사원들을 위한 복지환경에도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모성보호제도를 통해 출산전·후 여성근로자들을 위해 근로시간단축제 및 산전·후 휴가제를 실시합니다. 여성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육문제는 직장보육센터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아울러 지역 여성취업훈련기관과 여성일자리 제공 업무협약을 맺으신 것으로 아는데, 부연설명을 들려주시고, 마지막으로 기업체가 원하는 여성근로자에 대해서도 조언이 있다면.

△김헌성 부장 = 앞서 언급된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와의 협약건입니다. 당사 기술교육원에서 기존에 실시하던 조선설계 기능인 양성과정에 지역여성들을 참여시켜 교육을 시키고, 수료 후에는 협력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는 내용입니다. 여성들만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남성들이 주로 근무했던 업무영역을 여성 인력에게도 확대한다는 의미지요. 실제로 캐드쪽 업무는 성별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특정 직무에 뛰어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회사로써도 이득입니다.

기업과 사회에서 여성인력들을 위한 기회를 만든다 하더라도 여성 스스로 도전과 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여러 교육과정 및 자격과정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과감한 도전도 필요합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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