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피해 배내골로 일상탈출

▲ 울주군 상북면 배내골 일대에 성업중인 산악오토바이 체험장에서 피서객들이 스릴 넘치는 레이스를 즐기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여름휴가. 지긋지긋한 일상의 탈출구가 열렸다. 보통은 1년에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흔치않은 기회다. 장마도 사실상 끝났다. 8월부터는 여름다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휴가 행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올해 피서전쟁은 긴 장마로 사실상 8월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저 마다의 피서법을 갖고 있으나 대부분은 바다와 계곡으로 떠난다. 휴양지로 향하는 길다란 피서행렬에서는 ‘꾸역꾸역’이라는 의태어가 연상된다. 그러나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우리 이웃들의 엑소더스(탈출)를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배내골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양산시 원동면 등으로 이어지는 골짜기이다.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 배내골은 계곡 주위에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이천동(梨川洞)이다.

울산에서는 워낙 유명한 피서지라 크게 흥미로울 것도 없지만 상당수 울산사람들은 여름마다 의례적으로 배내골을 찾는다. 피서는 탁족(濯足)이 최고라는 신봉자들이다. 그만큼 배내골 계곡물은 시원하고 청량하다. 요즘에는 산악오토바이와 서바이벌게임 등 한가한 피서 외에 놀거리도 더러 눈에 띈다. 산에서 피서를 즐기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름밤은 바깥에서 저녁을 먹는 향수와 낭만이 그리워진다. 오규원 시인은 ‘여름은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초저녁에도 환한 달빛/마당 위에는 멍석/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며 이같은 여름밤의 풍경을 묘사했다. 배내골에서는 물놀이와 가벼운 등산, 산악 스포츠를 즐긴 뒤에 이러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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