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직전 대북 2억달러 송금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모공개 불가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정치권은 관련 당사자들의 국회증언 방식과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되짚어보면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간단한 것이다. 그것은 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건네졌던 2억달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북정책의 전반적 투명성에 관한 문제 제기이고, 동시에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진행 경로에 관한 국민적 합의나 이해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보면 묘하게도 2000년 당시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 성사발표가 나오고, 현대라는 기업을 통해 북한에 돈이 건네지고, 또 같은해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책의 ‘공(功)’을 김 대통령에 돌릴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과(過)’에 관한 부분도 김 대통령에 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특이한 상황에 있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평화를 교섭해야하는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못밝힐 일’이 많았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서는 최소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국내적 합의의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불행한 것인지, 다행스런 것인지 현재 상황은 이미 대북송금 의혹은, 보다 적확하게는 대북정책의 투명성 문제는 정치권 자체적으로 정리할 단계는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의구심과 사회적 논란의 해소가 더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의 새로운 추진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먼저 새로운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만들어야 한다는 더 큰 과제가 눈앞에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통령은 소모적일 수도 있는 논란의 조기 해소를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할 시점을 눈 앞에 보고 있다 할 것이다. 더이상의 논란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럴수록 전모 공개 불가를 얘기하기 보다는, 정치적 파장을 염려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논란을 매듭 짓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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