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가을나들이

▲ 경북 영천의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으로 조형물이 있는 잔디밭, 카페, 어린이 전용 미술관을 갖추고 있어 아이와 함깨 나들이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몸 속으로 스멀스멀 밀려드는 서늘한 느낌과 함께 가을이 왔다. 이 서늘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수업이 모두 끝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퇴근하는 직장인들, 거리의 노점상인, 차량으로 뒤엉킨 도로 등 어제 봤던 풍경들이 낯설게 보였을 때 가을은 지척에 와 있었다.

김용택 시인은 ‘초가을Ⅰ’이라는 시에서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 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 세월이 흘렀던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하다’고 가을을 표현했다. 그러나 팍팍한 도시의 가을 풍경은 수분이 빠져나간 듯 메마르고 휑뎅그렁할 뿐이다. 이 느낌을 쓸쓸하다고 해야할지, 허무하다고 해야할지 종잡기는 어렵다.

가을의 정취는 도시보다 농촌에 완연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논두렁의 억새, 그 옆에서 추수를 하다가 논두렁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노인,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따라 집에 가는 아이, 벌초된 산소, 석양빛,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 등으로 가을은 구성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울산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경상북도 영천은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울산에서 출발해 은해사와 은해사를 둘러싸고 있는 암자, 시안미술관, 보현산 천문대, 영천시장 등을 둘러보는 데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국내 유명산 등 여느 가을철 관광지처럼 왁자지껄하지도 않다. 한가롭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시안미술관(Cyan Museum)에서 미술작품 감상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교정의 포플러나무는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 있고, 무궁화호 열차가 정기적으로 지나는 주변 들녘은 고즈넉하다. 그래서 편안하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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