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가을 나들이

신라 고찰 팔공산 은해사 울창한 산림 ‘사랑나무’ 연리목 눈길
폐교 리모델링 시안미술관 자연과 조화된 미술작품 감상 재미
동양 최대 1.8m 광학망원경 보현산천문대 색다른 체험 기회도
▲ 은해사 단풍
경상북도 영천은 울산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경주만큼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신라시대 고찰인 팔공산 은해사(銀海寺)와 폐교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시안미술관(아트센터), 보현산천문대 등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는 여느 소도시처럼 한가롭다. 도시 외곽을 지나는 경부선 철도가 농촌 풍경과 어우러져 향수를 자극한다.

은해사는 작고 아담한 절이다. 은해사 일주문에서 본당까지 소나무 군락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소나무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면서 산책하기에 좋다. 은해사 주변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1714년 조선시대 숙종이 사찰 입구 일대의 땅을 사들여 소나무를 심었다. 지금의 소나무는 그 때 심어진 것으로 절 앞뒤로 제법 울창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 산책길이 끝나는 곳에 ‘사랑나무’로 불리는 연리목이 있다. 참나무 가지에 느티나무가 파고들어 하나가 됐다. 사이가 나쁜 부부가 이 나무를 돌면 사이가 좋아지고, 부부가 왼쪽으로 돌면 아들, 오른쪽으로 돌면 딸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은해사에는 조선시대 문인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썼다는 현판과 편액이 있다. 불당의 ‘대웅전’, 종각의 ‘보화루’, 불광각의 ‘불광’, 노전의 ‘일로향각’ 등 5점이다. 성보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불당의 ‘대웅전’ 편액은 지난 11일 은해사 개산대제 당시 불당 이름이 ‘극락보전’으로 바뀌면서 교체됐다.

은해사 관계자는 “이 불당은 원래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어 ‘극락전’으로 불려야 한다”며 “이번에 제 이름을 되찾으면서 그동안 불당에 걸려있었던 ‘대웅전’이라는 편액은 떼 내어져 현재 보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해사는 본 절보다 암자가 유명한 사찰이기도 하다. 은해사 극락보전 옆 차(茶)방에서 차를 마신 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연암, 운부암, 거조암, 중암암, 백흥암, 기기암, 묘봉암, 서운암 등 은해사의 암자들이 잇따

▲ 보현산 천문대
라 나타난다. 이 가운데 거조암, 백흥암, 운부암 등이 품위있는 고찰로 유명하다. 백흥암에는 극락전(보물 제790호)과 극락전 수미단(보물 제486호)이 있다.

시안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탁 트인 잔디 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이 운동장에는 철제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운동장은 2만㎡ 규모로 아이들이 조형물을 놀이시설 삼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시안미술관은 2층짜리 작은 학교를 개조해 3층으로 단장하고 삼각지붕을 얹었다. 건물형태는 일자형 교사 그대로이다. 나무로 장식된 건물 외관과 카페 테라스가 단풍이 물들고 있는 주변 산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현재 미술관에는 현대작가 김호득씨의 설치미술전 ‘흔들림­문득, 공간을 느끼다’전이 열리고 있다.

벽이 전부 유리창으로 돼 있는 미술관 1층에는 올해 8월 어린이 전용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미술관 속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공룡, 도마뱀, 곤충 등 중생대 화석유물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열린다.

▲ 시안미술관 어린이전용미술관
아이와 함께 미술작품을 감상한 뒤 카페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면서 차가운 가을 공기를 느껴볼 수 있다.

보현산천문대는 동양 최대인 1.8m 광학망원경이 있다. 4~6월, 9월, 10월의 네번째 토요일에만 주간 공개행사를 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출입을 통제한다. 이번 달이 천문대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보현산천문과학관은 태양, 별, 달을 관측할 수 있는 주·보조관측실, 우주천문 학습전시실, 로봇들의 댄싱쇼 공간, 5D 돔영상관 등을 갖추고 있다. 5D 돔영상관에선 사계절 별자리 학습, 우주롤러코스터 상영 등으로 우주를 직접 여행하듯 즐길 수 있다.

보현산은 우리나라에서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최근 웰빙숲으로 조성해 삼림욕장으로 변신했다. 차를 타고 천문대로 오르는 대신 걷고 싶다면 보현산 들머리 오른쪽 건강치료숲지구로 가면 된다. 자작나무숲길, 숲치료길, 꽃색깔구분숲, 낙엽잎색깔구분숲, 밀원수조성숲, 철쭉·진달래복원숲길, 웰빙숲길 데크로드 등이 조성돼 있다.

◇영천의 별미

영천시 창구동에는 ‘삼송꾼만두’(054·333·8806)가 있다. 군만두 1인분을 주문하면 6개의 만두가 나온다. 속이 워낙 꽉차 있어 몇개만 먹으면 배가 부르다. TV방영 이후 찾는 손님이 워낙 많아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다. 구운만두, 찐만두, 김치만두 모두 1인분에 4000원이다. 영천 서문오거리에서 중앙사거리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편대장 영화식당(054·334·2655)은 육회와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가격은 200g당 1만7000원이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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