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관광지 거듭난 장생포

▲ 장생포 선착장을 떠난 고래바다여행선에서 본 저녁 노을과 야경. 밤바다와 함께 인근 석유화학공단에서 빛나는 불빛은 밤바다의 정취에 빠져 들기에 충분하다. 임규동기자
변두리로 밀려난 중심은 서글프고, 중심이 된 변두리는 영광스럽다. 옛 로마제국의 역사에서 배웠듯이 세상에 영원한 중심은 없고, 때문에 변두리도 중심을 꿈꿀 수 있다.

장생포는 중심과 변두리의 영욕을 모두 겪은, 울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항구도시다.

고래잡이가 한창이던 1960~70년대 장생포는 대한민국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부자항구였다. 수십 척의 포경선이 드나들던 작은 항구는 밤마다 술 취한 선원과 한복을 차려입은 작부로 흥청거렸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 영광과 풍요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고래잡이 금지 조치는 모든 걸 바꿔놓았다.

장생포 경제의 축이었던 포경이 1986년 금지되면서 사람도 돈도 빠져나갔다. 고래고기 음식점도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소수의 주민들만이 옛 영광을 추억하며 장생포를 지켰다. 국민소득 1위 도시 울산에서, 장생포는 철저한 변두리로 전락했다.

그런 장생포가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승부수는 역시 고래다. 고래는 다시 장생포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장생포를 울산의 관광 중심으로 올려놓으려 한다.

이제 곧 달력의 맨 끝장만 남고, 추위가 닥쳐 올 것이다. 싱숭생숭한 기분과 가벼운 주머니, 쌀쌀한 날씨는, ‘나들이나 가볼까’하는 생각을 싹 사라지게 만든다. 이번 주말도 ‘방콕’이 가장 현명한 해답인 듯하다.

그런데, 울산 앞바다 위에서 화려한 공단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면? 장생포 주민이 된 돌고래의 몸짓을 볼 수 있다면?

침체한 작은 항구의 초라함과 테마 관광지의 희망이 공존하는 장생포로, 이번 주말 놀러가자.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