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정상은 13일 심야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고 미국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라크 전쟁 강행과 관련해 사면초가에 놓인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한국대통령으로부터 그토록 소중한 공개적인 지지를 얻는 큰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미국 쪽의 입장이그렇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번 전화 회담 결과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지,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여러가지다. 그 질문은 우리의 이라크 전쟁 지지가 잘된 결정인가, 이라크 전쟁 지원과 미국의 북핵평화적 해결 약속은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약속은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하는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쪽 전쟁 강행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참전 명분을 세우려는 정부의 노력은 매우 힘겨워 보인다. 그렇다면 실리 차원에서는 이런 결정이 잘된 것인지, 따져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관한 한미간 공조를 위해서는 이라크문제에 대한 공조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공개적인 지지표명을 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부시 행정부가 새 한국 정부의 대미 자주적 태도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변치않는 동맹관계를 다짐해야할절박한 처지에 처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지지가 실리면에서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정부로서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면서 왜 이라크 문제에 관한 한 "군사적 해결"노력에 참여하는지, 그 이중 기준에 관한 질문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라크전 지지 표명이 불가피한 일이었다면 이제 이와 관련된 추후 현실적인 과제는 지원의 범위와 시기 등에 관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된다. 우리 국민들을 어느 정도 위험앞에 노출시킬 것인가하는 하는 문제와 관련, 전투병력 파견 불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공병 등 다른 병력의 파견에 있어서도 그들의 안전을 고려해 파병 시기와 주둔 지역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부시의 북핵 평화적 해결 약속은 당장 전쟁 불안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북폭론이나 북핵위협 방치론과 같은 위험한 계획이 다시 우리에게 공포를 안겨주지 않도록 앞으로는 평화해결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일이다. 다자간 해결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나 북한에 대한 다자적 압력만을 의도하고있다면 현실적으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성사 가능한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평화적 해결 원칙을 실질적 해결 노력으로 발전시키는 미국의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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