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분권적 국가개혁 철학에 반하는 조짐이 중앙부처의 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조짐에 대하여 우려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노대통령이 분권에 관련하여 정확한 이해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우리들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그의 "위로부터의 개혁"과 맞물려서 분권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나아가고 있다.

 정부 수립 후 강화되어 온 수도권 및 중앙정부 집중의 국가발전 시스템이, 노무현 정부의 탄생과 동시에, 일거에 타파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관료의 저항이 이렇게 정면으로 나오게 된 것에 대해서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저간의 움직임을 보면서 필자는 두 가지 주요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저항에 대한 설득과 압력의 역량강화이다. 이것은 분권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앙관료집단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구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비록 중앙이 존재하지 않는 네트워크형 사회로 나아간다고 할지라도, 이제까지는 집중을 통한 국가발전 전략의 모든 것이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집중에 의한 발전철학과 논리에 대한 대응논리 구상·설득과 압력의 양동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적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 공동체의 민주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서 분권의 핵심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분권운동은 "탈중심·탈종속의 지역자치 실현"이라고 하는 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력산업 강화 및 건실한 재정확보가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주민자치’라고 하는 부문에 대하여 우리는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권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의미의 공동체 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울산지역 상황도 다른 지역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쟁점부각을 위하여 예를 들어보자. 현재 울산지역에는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요 기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언론, 의회,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계 속에서나마 지역의 민주자치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이들 기관의 활동에 대하여 반드시 긍정적인 시선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시민제일’을 표방하고서 구성된 기구들이 사실상 조직자체의 존재를 위하여 활동할 뿐이지 본연의 사명은 망각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없는 시민운동론’, "전문성 없는 의회론", "특권화된 언론기관론" 등의 비판도 나오는 것이다.

 단언하자면,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개되는 분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극단적으로 민주자치 역량을 배양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의 어떤 계층과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해 온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필자는 산업개발과 같은 사안은 광역적 차원 혹은 동남권 차원에서 구상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주민자치와 관련해서만은 최저의 풀뿌리까지 분권화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분권운동에서 가장 선명하게 만들어야 할 이념적 푯대는 다름 아닌 "주민’인 것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주민을 위하는 제도를 만들며, 주민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언론, 시민단체 등 각 기구들이 이러한 철학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분권의 방향인 것이다. 또한 이 길만이 분권저항세력의 준동을 극복하는 길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운동을 향후 정치일정과 연결시켜 추진하는 것은 역사를 앞당기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언론을 위한 제도적 방안의 추진, 주민소환제도 등 주민권리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 추진,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등의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데, 곧 있을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을 활용하는 전략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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