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한다. 교황청을 비롯해 세계의 모든 양심이 반대하고,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내에서도 반대하는데 기어이 전쟁을 하겠단다. 벌써 몇 달째 지구촌 전세계에서 수천만의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여 모이고 분노하고 외치고 있다. "부시에게는 이제 물리적인 경고가 필요하다" "UN 무기사찰단은 미국 영토를 사찰하라" "전쟁 비용 낭비에 노숙자까지 죽는다"

 미국과 부시는 전세계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것일까?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이라크가 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어떤 근거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대체 이라크가 무슨 힘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명분이 될 수 없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보유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독재자여서 공격한다는 것도 더욱 말이 안된다. 그것은 이라크의 국민이 결정할 문제이지 미국이 침공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영국, 스페인만이 미국을 지지하고 나섰으나 자국내에서는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유엔에서도 미국의 침공을 반대한다. 한마디로 아무런 명분도 국제적 지지도 없는 전쟁인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전쟁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 제2의 원유매장국인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냉전 이후 흐트러진 세계 질서를 미국 중심의 군사적 패권주의로 다시 확립하려는 제죽주의의 발로이다. 제국주의는 1, 2차 세계대전과 식민지 통치를 통해 보았듯이 힘없는 나라는 언제든지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국가적 만행의 다름 아니다. 또한 전쟁을 통해 엄청난 특수를 누리게 될 미국의 석유회사와 군수업체들의 요구가 전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져 세계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부시 대통령의 흑백논리와 정신상태가 이 끔찍한 전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쟁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노약자, 어린이가 인구의 반인 이라크 국민들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래 미국의 경제 봉쇄로 어린이 노약자를 포함해 172만에 달하는 이라크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이 결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석유와 미국의 패권을 위한 추악한 전쟁에 불과하는 것을 이미 전 세계는 알고 있다. 세계의 양심들은 경고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끝내 침공한다면 더 큰 고통과 재난은 반드시 미국에게 돌아갈 거라고.

 이 전쟁은 과연 우리와는 무관한가.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가장 최악의 전쟁에 우리 정부가 지지를 밝히고 파병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로 안될 일이다. 어떤 국제적 지지와 명분도 없는 이 전쟁에 파병을 해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라크 다음으로 전쟁 위험이 높은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닥칠 때 우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인가. 이라크 파병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는 가장 추악한 행위이다. 존엄하고 고귀한 생명을 파괴하는 전쟁에, 생명을 낳고 기르는 여성들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더욱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 어머니들의 자식을 잃게 하고, 수많은 아이들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야만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모든 수고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어린이의 맑디맑은 눈망울과 어미니들의 근심어린 눈동자를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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