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문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력이 시험 무대에 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공식 입장에 맞서 이라크 파병을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했고, 민주당이 파병안에 자유투표 하기로 하는 등 노 대통령의 "생각"대로 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듯 해 파병문제가 국론 분열을 부채질 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가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반전 여론도 더욱 거세지고 있어 이들의 행동이 동의안 표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야 내부에서도 반전 의원들의 반발이 강한 상태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반전 단체들이 동의안 찬성 의원들을 "공동 전범"으로 규정해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어 의원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라크전 반대 의견서 제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인권위는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일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정부내 의견 충돌"로 비쳐지는데 따른 우려를 불식시켰다. 노 대통령은 "국가는 단일한 것이나 입법, 사법, 행정의 분권을 통해 상호 견제하는 것"이라며 "일사불란과 획일주의로 국가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삼권분립으로 국가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병문제는 외교적 실리와 국가 안보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인데도 대통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25일 국군 파견 동의안 처리를 연기한 이후에도 여론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며 동의안 처리 일정을 계속 미룬 점은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대두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국민 여론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나 여론보다 더 소중한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한 결심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론에 영합하려는 이들 국회의원들을 오히려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벌여야 되는 것은 아닌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 일각에서 여론이 악화될 경우 파병이 당초 일정보다 늦춰지거나 파병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국익 손상은 물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몰릴 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미증유의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만큼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파병 결정이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국가 이익의 추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명분없는 전쟁"이라며 파병 철회를 강력 요구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파견 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앞서 여론조성을 위해 시민단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와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거세지는 국내외 반전 여론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해 파병 결정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반도 안보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을 얻어야 하므로 이번 파견을 통해 나중에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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