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육사 문학관

고향 안동에 문학관 개관…전시관·생가 실물모형 등 갖춰
유일한 혈육 이옥비 여사 기거하며 시인의 문학·삶 전해줘
광야·청포도 등 작품 탁본 체험 지루한 기행 활기 불어넣어
▲ 2층까지 뚫려 있는 중앙 홀과 이육사의 생애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제1전시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개명(改名)이 늘고 있다. 이육사의 경우는 이름이 한 번만 바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바뀌었다. 호적등본의 본명은 이원록(李源祿)이며, 어릴 때의 이름은 이원삼(李源三)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활(李活)이라는 이름도 사용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이육사(李陸史)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육사문학관은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인 이육사를 기념하기 위해 안동시와 이육사기념사업회가 2000년 초부터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여 2004년에 고향 도산면 원촌리에 개관한 생가형 문학관이다. 문학관의 규모는 부지면적 7682㎡(2324평)와 연면적 582㎡(176평), 지상 2층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문학관 뒤편으로는 복원된 생가를 본뜬 육우당(六友堂)이라는 2동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육사문학관은 안동 시내에서 자가용으로 약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도산서원과 퇴계고택, 산림박물관 등이 있어 문학관 기행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탐방 코스로도 아주 좋다. 문학관의 입지는 흔히 명당이라고 불리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관의 외부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종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문학관 건물과 생가를 본떠서 만든 육우당 그리고 야외공연장과 휴게공간이

▲ 이육사 문학관 외부 전경.
다. 육우당은 원래 이육사가 태어난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 881번지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면서 태화동으로 이건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문학관에 있는 육우당은 이를 본뜬 일종의 실물 모형이다. 한편, 야외공연장과 휴게 파고라 사이에는 이육사가 고향마을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은 실물 모형과 대표작 ‘절정(絶頂)’이 새겨진 시비가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비록 당시의 육우당이 아니지만 이육사가 태어나고 자랐던 역사적 의미를 지닌 육우당에서 그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가 직접 기거하면서 이육사의 삶과 문학세계를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 영상 관람 뿐만 아니라 무대 쪽 창을 통해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영상실과 세미나실.
문학관 주변을 둘러보고 내부의 전시물을 관람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2층까지 뚫려 있는 중앙 홀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바닥과 벽에 타일로 제작된 청포도 문양과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청포도 시구가 새겨진 거대한 타일액자였다. 한 눈에 이육사문학관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앙 홀 좌측에는 이육사의 일생을 보여주는 제1전시실이 위치하고 있다. 이육사의 생애를 연대기와 주요 시기별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어 삶의 궤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육사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17번이나 옥고를 치르는 고난을 겪었음에도 끝내 해방을 보지 못하고 만 40세이던 1944년 1월16일 먼 타국의 감옥에서 영면하였다는 점이다.

제1전시실을 지나 안쪽으로 이동하면 이육사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제2전시실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는

▲ 이육사의 대표 시(詩)들을 직접 탁본하여 소장할 수 있게 하는 탁본 체험코너.
사색의 창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 옆으로는 3개의 터치 스크린에는 이육사 문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좌우 벽면과 진열대를 이용하여 이육사의 대표작과 유품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제2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제3전시실로 이동하면 이육사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장진홍 의거’에 연루된 의혹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배경과 무장 독립운동을 위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입교하여 활동한 내용 등 조국 독립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베이징 감옥에서의 모습을 재현한 코너에서는 관람객들을 더욱 숙연하게 만든다.

래층에서의 관람을 마치고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이동하였다. 2층은 기획전시실, 영상실과 세미나실, 탁본체험코너, 시상(詩想)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2층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영상실과 세미나실이었다. 이 공간은 이육사의 삶과 문학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약 10분 정도의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영상물이 상영될 때는 커튼으로 인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으나 영상물의 상영이 끝나고 무대 쪽 커튼이 걷혔을 때 펼쳐지는 바깥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다. 넓은 벌판과 멀리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멋진 풍광은 시상을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영상실과 세미나실 옆에는 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대 한쪽에는 한시(漢詩) 등이 표구되어 전시되고 있고, 반대쪽 전시대에는 몇 종의 작품집이 진열되어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입지적인 문제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육사 문학관이 위치하고 있는 도산면 원천리는 안동 시내에서 20㎞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으면 사실상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거리이다. 이는 국내 대부분의 생가형 문학관이 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또 다른 원인은 예산상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다양한 기획전시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문학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기획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탁본체험코너로 이동하였다. 탁본체험코너는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코너이다. 광야, 청포도 등의 작품을 탁본하여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체험코너는 단순 관람 형태에서 벗어나 문학을 사랑하는 일반 독자와 관람객들이 작가의 문학세계를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문학관이 다양한 체험코너를 마련하여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문학관 기행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탁본체험코너를 둘러보고 시상 전망대로

▲ 장훈익 울산과학대학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이동하였다. 문학관 주변과 멀리 낙동강까지 조망할 수 있어 시상을 떠 올리기에 아주 좋은 명소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망대의 디자인이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히메지(姬路) 문학관의 전망대를 그대로 축소하여 설치한 것 같다는 점이다.

문학관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문학관의 입지, 전문 운영인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적정한 예산 지원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다행히 이육사 문학관은 2008년 12월부터 안동시에서 이육사 추모사업회로 이관되어 운영되면서 서서히 문학관의 제 기능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된다.

장훈익 울산과학대학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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