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뇌수막염 등 합병증 우려도

백신·치료제 개발안돼…개인위생 관리 철저가 최선

구제역(口蹄疫) 확산으로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강화 전체를 근심으로 몰아넣더니 김포에 이어 충남 보령에서도 구제역이 발병했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두 개인 동물의 입과 발굽에 병이 생겨 유행하는 돌림병이다.

사람에게도 구제역과 비슷한 병이 있다. 최근 중국 내륙 후난성을 중심으로 어린이 23명이 숨지고 현재 3000여명이 감염되는 등 급속히 번지고 있는 수족구병(手足口病)이다.

수족구병은 손·발·입에 빨갛게 선이 둘린 쌀알 크기의 물집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면서 가벼운 감기 증상도 함께 보이는데 병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현재로선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내에도 4월 들어 전국 200여곳의 표본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소아전염병 표본감시 결과 환자분율이 0.122%(169명)로 직전 조사기간 0.116%(157명)에 비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지역적으로는 제주 0.827%(11명), 울산 0.477%(33명), 광주 0.437%(15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으며 연령별로는 1~4세에서 발생이 많았다.

수족구병 증상은 동물의 구제역과 비슷한데, 3~5일 정도의 잠복기 뒤에 손바닥이나 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의 옆면 곳곳에 수포가 생기며, 혀와 볼 점막, 입안에도 물집과 궤양을 동반한다. 간혹 엉덩이와 사타구니에도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입속 수포. 수포는 생긴 후 단시간에 터지기 때문에 보통은 빨갛게 선이 둘려진 지름 5~6㎜의 궤양으로 보이며, 이 상처로 아픔을 느끼는 아이가 밥을 못먹는 것은 물론 물을 마시지도 못해 심하면 탈수 위험도 있다. 보통 미열이 동반되지만 환자의 20% 정도에서 38℃ 전후의 열이 이틀 정도 계속된다.

동강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철주 과장은 “합병증은 흔치 않지만 콕사키A16 감염의 경우 드물게 발열·두통·경추경직·요통과 함께 수일 간의 입원을 요하는 무균성(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수족구병의 또다른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71에 의해서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발생하며 이 경우 뇌염, 소아마비와 유사한 마비 등 보다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 과장은 “발병한 상태에서 친구들과 놀다 보면 장난감과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놀이방이나 유아원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에서 쉬도록 하면서 격리해야만 전파를 막을 수 있다”며 “대개는 저절로 낫지만 뇌수막염으로 진전되면 위험한 만큼 가까운 소아과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한국형 수족구병은 자연 치유될 정도로 경증질환이지만 중국에서 최근 발생한 ‘엔테로바이러스 71형’ 수족구병이 우리나라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며 “보육시설에서 감염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됨에 따라 수족구병 발생시 검진을 한 의료기관과 해당 어린이집은 반드시 보건소로 신고를 할 것”을 당부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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