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만발한 산길을 걸으며 푸른 동해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날씨가 따뜻해진 요즘 한번 가볼만 하다.

 마골산 자락의 동축사를 거쳐 주전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가족과 함께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코스다.

 마골산은 높이가 불과 297m인데다 등산로 대부분이 임도로 돼 있어 가족과 함께 소풍가듯 갈 수 있다. 길이 좋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달릴 수도 있다.

 동축사로 오르는 길은 남목초등학교를 지나 그린타워아파트 주변에서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동축사 주차장까지 승용차로 갈 수도 있지만 등산의 묘미를 더하려면 여기서부터 걸어가는 것이 좋다.

 동축사 주차장에서 긴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절 마당으로 들어가게 된다. 계단이 끝나는 순간 시야가 트이면서 아담하고 아름다운 절집이 갖가지 꽃나무에 둘러싸여 자태를 나타낸다.

 동축사는 삼국유사에 재미있는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신라 진흥왕때 남쪽 바다에 큰 배가 떠와 울산의 미포에 닿았다. 살펴보니 서축 아육왕이 황철 5만7천근과 황금 3만푼을 모아 석가삼존상을 주조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를 배에 실어 보냈다는 글이 있었다. 배에는 1불과 2보살상의 모형까지도 같이 실려있었다. 이에 왕은 동축사를 지어 3존을 안치하고 황철은 장육존상을 만들어 경주 황룡사에 안치했다. 장육존상은 이듬해 발꿈치까지 눈물을 흘려 왕이 죽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왕은 이후 동축사 3존불도 황룡사로 옮겼다. 3존불과 황철을 싣고 온 배는 울산 미포에 닿기 전에 인연을 찾아 1천300년이나 바다 위에 떠 있었다 한다."

 동축사는 인도 서축의 동쪽에 있다해서 이름붙여졌다. 동축사 대웅전 뜰앞에 놓인 5층 석탑은 구례 화엄사의 서오층석탑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향토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산행길은 동축사에서 잠깐 오솔길로 이어지다가 이내 넓직한 임도로 나아간다. 등산로는 마골산 정상을 거쳐 주전초등학교 옆으로 하산할 때까지 계속 넓게 이어진다. 산행 중에는 내내 오른쪽으로 쪽빛 동해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마골산 정상에서는 동구지역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남목 아파트단지 너머로 거대한 현대중공업의 철탑크레인과 건조중인 배를 구경할 수 있다. 그 너머로는 수평선이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고 있다.

 마골산은 동구지역에서 가장 높은 동구의 주산이다. 풍수지리상 마골산은 동구의 운수와 기운을 좌우하는 산으로 취급된다. 실제 동구의 모든 산은 마골산을 정점으로 뻗어있고, 하천도 마골산에서 시작된다.

 울산지역의 산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마골산도 노년기의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산의 꼭대기는 둥글고 온순하며 능선도 완만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뜬금없이 사람키의 5~6배 정도 될만한 거대하고 둥그스름한 바위들이 나타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울산지명사에 의하면 마골산(麻骨山)은 삼(麻)을 벗기고 남은 줄기(骨)처럼 산 곳곳에 흰 돌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하산지점은 주전초등학교 옆 마을 안길.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바다냄새가 확 밀려들고 마을 이곳 저곳에서는 봄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주전 해안에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 돌틈에서 봄햇살을 받으며 꽃게를 주워보는 것도 재미있다. -산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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