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현장 이색 투표자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킬 지역 일꾼을 뽑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2일 투표소를 찾는 이색투표자의 발길이 눈길을 끌었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노구의 몸을 이끌고 나선 최고령 할머니에서부터 3대 가족이 함께 하는 투표행렬과 여대생 선거후보분석가의 등장에 투표소를 찾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호자 없이 투표소 방문 한 표 행사

△102세 최고령 할머니=울산

▲ 중구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김소윤(102)할머니가 2일 오전 10시5분께 병영1동 제1투표소를 보호자 없이 방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시 중구 병영1동 제1투표소가 투표날 아침부터 할머니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04세 최고령 유권자 할머니가 모범을 보이자 후배(?) 할머니들도 줄지어 투표장으로 향했기 때문.

중구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김소윤(102)할머니가 2일 오전 10시5분께 병영1동 제1투표소를 보호자 없이 직접 방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인근 병영삼일아파트 경로당에 모여있던 김소윤 할머니는 “투표권을 가진 이후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투표를 해왔다”며 “가장 큰 어른이 되는 나부터 모범을 보여야 젊은 사람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너스레를 떨었다.

김 할머니의 적극적인 투표 소식이 알려지자 경로당에 있던 김염흔(94) 할머니도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투표소를 방문했으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두 차례 경로당과 자신의 집을 오가며 가까스로 투표를 마쳤다.

김염흔 할머니는 “가장 어른 할머니가 모범을 보이는데 젊은(?)할머니들이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91세 할머니도 아들·손자와 투표

△투표소 찾은 3대 가족=“소중한 한표, 당연히 행사해야죠.” 울산 북구 연암초등학교(효문동 4투표소)에 마련된 투표소에 장두형(91)할머니가 아들 내외와 손녀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매번 선거때마다 투표소를 찾는 이 3대 가족은 올해 선거에도 어김없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렇게 투표소를 찾았다.

91세인 장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 아들 문창영(55)씨와 며느리 김수남(53)씨, 손녀 문미선(20)씨와 함께 지역 일꾼을 뽑는데 한표를 보탰다. 아들 내외의 도움을 받으며, 투표를 마친 장 할머니는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데 당연히 투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때마다 이렇게 가족 모두 투표소를 찾고 있다”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후보·공약 꼼꼼 분석 전문가 뺨칠만

△여대생 선거후보 분석가 등장=“애널리스트 뺨치는 꼼꼼하고 깐깐한 여대생 선거후보 분석가입니다.” 정책 보다는 상호 비방 등으로 얼룩진 이번 6·2지방선거 상황 속에서도 후보자들의 됨됨이와 공약을 꼼꼼하게 분석한 유권자가 출현, 귀찮다는 이유로 묻지마 투표를 염두했던 불성실(?) 유권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오전 동시지방선거에 처음으로 참여하돼 병영2동 투표소를 방문한 울산대학교 사회학과 유다빈(여·23)씨는 학교 수업을 통해 울산시장과 교육감 등에 대한 후보분석을 완벽하게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씨는 “은사님이신 전성표 교수님이 진행한 TV토론회와 지역 신문을 꼼꼼히 챙겨보면서 내가 한 표를 던질 유권자들에 대해 세세하게 알아봤다”면서 “특히 후보간 비방 등 네거티브전 속에서도 끝까지 공부하고 관심을 가진 덕분에 후보들의 감춰진 면모를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복지분야 공약 실천 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터민·결혼이주여성 설레는 첫 투표

▲ 다문화가정인 이윤신, 노웨나 부부가 네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양농협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한국땅에서의 첫 투표=울산 중구 병영1동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새터민 박성훈(가명·64)씨는 남한 땅을 밟은 지 3년 만에 첫 지방선거를 맞는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오늘 오전 11시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병영1동 제1투표소를 찾은 박씨는 “북한에서는 투표의 자유를 꿈꿀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또 한국으로 시집와 결혼귀화를 통해 투표권을 얻은 울산지역 결혼이주여성들도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했다. 베트남 출신으로 결혼 3년 만에 지방선거 투표에 나선 럄티면(29·한국이름 주미영)씨는 오늘 오후 2시30분 남편과 두 딸을 동반해 울산 중구 약사동 제2투표소인 평산초등학교를 찾아 자신이 손꼽아 놨던 후보들에게 한 표씩을 선사했다.

럄티면씨는 “울산다문화가정사랑나눔회와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투표 방법 등을 상세하게 교육해 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투표에 임할 수 있었다”며 “1인 8표 투표가 어렵기는 했지만, 무사히 투표를 치르고 나니 이제서야 진짜 대한민국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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