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뉴욕은 케이블 한국어 TV방송과 뉴욕판 국내 신문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덕택으로 한국과 울산의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소식도 쉽게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부고속철의 노선문제가 크게 쟁점이 되었는데 새정부가 출발하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울산에서도 큰 쟁점이 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건교부와 금정산·천성산 관통노선 반대측이 노선을 재검토하는 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는 소식도 이내 접할 수 있었다. △총리실 직속의 "대안노선 검토위원회’구성과 △양측이 각각 기존 관통노선과 밀양 직선노선의 고수입장 양보와 다른 대안노선 검토 △추후 운영방안은 실무협의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울산시의회가 직접 나서게 돼 무척 다행스럽기도 하고 노선문제에 우선을 두어 걱정도 된다. 대안노선 검토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되었는지, 아니면 정말 낭패에 처할 지 큰 걱정이 엄습한다.

 7년전 정부는 수년간 논란이 있던 기존 경주노선을 버리고 새로운 경주노선으로 변경하면서 교통개발연구원을 전면에 내세워 용역에 착수했다. 당시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고 △기술적·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통합 경주시 행정구역내에 역사가 있되 울산·포항 주민의 교통 편의를 도모하는 노선과 역사를 설치한다는 전제를 두었었다. 그리고 문화체육부 추천 5명, 경주시 추천 5명, 연구원 추천 7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울산대표로 유일하게 필자가 참여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연구원에서는 4가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자문을 구하였는데 결국은 역사를 경주 내남과 건천의 어디에 두느냐가 쟁점이었다. 지나고 보니 합리적으로 노선과 경주(건천)역 위치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 건교부가 자기들은 뒤에 숨고 연구원과 언론을 내세워 양측의 지지와 반대의 목소리 크기를 저울질하면서 결정하였다는 생각이다. 7대7로 팽팽하던 의견이 결국 여러 곡절 끝에 한쪽으로 확 밀리었고, 그것을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대안노선 위원회 구성 소식을 접하면서 결국 논의의 결과가 문제 제기의 주체나 주도권, 그리고 위원회 구성을 따져보아 논의의 막판에 가서 울산으로서는 불가항력인 상태가 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경주노선 선정 때도 건교부의 당초 뜻과는 다른 결정이 났음이 자꾸 상기된다. 울산에 가까운 내남역에 동조하던 사람들이 모두 뜻을 바꾸는 상황이 왔던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 YS정부의 경주노선 재검토나 DJ정부의 2단계 공사과정에서 보여준 경주시민의 열정과 기왕에 투자한 재원 및 경제성을 따졌을 때 밀양 직선노선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될 것으로 충분히 예측된다. 현 노선의 보완으로 거치면 다행이겠으나, 문제는 울산∼부산간 노선을 재선정하면서 자칫하면 부산역 종점 위치 변경도 거론되고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울산역 유치의 논리를 근원적으로 잃게 될 수도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울산지역을 두 동강내고 쏜살같이 지나만 가는 고속철도를 쳐다만 볼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 정부와 싸우면서 노선을 지켰던 경주시민과 불리한 여건에서도 중간역을 사실상 유치한 충북도민의 당시 활동을 울산에서도 보여주어야만 울산역 유치가 희망을 보일 것이다. 고속철 울산역 유치운동이 사진찍기 활동이 되지 말아야 될 것이다. 유치활동의 주체간 갈등없이 전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고속철 울산역 유치"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온통 울산시가지를 넘치게 하면서 시민의 열의를 모으는 방법 등도 생각할 수 있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노무현정부의 국정 의지와 고속철도 울산역 설치가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룸은 일맥상통함을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야 할 것이다. 정책은 선택이란 말이 있는데 현 정부가 위원회 의견을 핑계로 덜컹 울산의 뜻과 다르게 결정해버리고, 거친 말로 "낙동강 오리알" 형편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이곳 뉴욕에 머물고 있음이 자꾸 조바심이 생긴다. (김성득-울산대 교수·뉴욕포리테크닉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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