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보장 명목 방학중 개최

땡볕에 어린 선수들 기진맥진

문광부 소년체전 폐지안 검토

지난 12일 오전 전국소년체전 정구 경기가 치러진 대전시 한밭운동장. 막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벌개진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코트를 나섰다. 금방 숨이 넘어갈 듯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고 코치도 안쓰러웠는지 “잠시 그늘에서 쉬다가 가자”고 말했다. 주최측은 무더위를 고려, 실외경기 일정을 오전이나 늦은 오후로 조정했지만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는 결국 어린 선수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체전 일정을 변경한 이들도 무더위에 뛰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국소년체전이 안팎의 공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대회가 연기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이번에는 소년체전을 통째로 조정하자는 안이 제기돼 체육계를 더욱 시끄럽게 하고 있다.

◇“아이들 체중 조절 안스러워”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소년체전을 여름방학 중에 실시하기로 하고 올해 처음으로 8월에 체전을 개최했다. 학기 중 체전이 열릴 경우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문광부의 생각.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본보 8월 12일자 11면 보도>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대전을 방문한 학부모들은 “땡볕에 땀흘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못보겠다”고 입을 모으며 체전 일정 변경을 비판했다. 일부 종목의 경우, 일정에 따른 무리한 체중 조절도 도마에 올랐다. 한 선수단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체급별 경기의 경우, 출전 체급을 3월에 정하고 5월에 체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회가 8월로 미뤄지면서 아이들이 체중 유지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년체전, 바람잘 날 없다

하지만 체육계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국소년체전에 대한 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광부는 소년체전을 둘러싼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소년체전을 폐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광부는 소년체전이 폐지될 경우, 동·하계 방학기간 중 중·고등부가 참여하는 전국 학생체전으로 이를 대체할 계획이다. 초등부는 학생체전에서 빠지는 대신 인기 종목은 각 시·도별 대회로, 비인기 종목은 권역별 대회로 흡수된다. 문광부는 이와 함께 매달 열리고 있는 종목별 전국대회 대신에 지역 리그대회 후 전국 토너먼트 대회로 변경하는 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체육에 대한 이같은 개혁 방침에 대해 체육계는 “의도는 좋지만,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서도 나타났듯 무리한 개혁은 분명히 그만큼의 손실을 가져온다”며 “지역체육계가 갈수록 고사하고 있는 만큼 각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기자 ks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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