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공존과 틀을 깨는 파격으로

CEO는 창조적 조직문화에 앞장서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힘쏟아야

▲ 심환기 금강철강 대표이사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요즈음 울산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다. 한동안 무더위에 찌든 몸과 마음이 아주 상쾌해지는 날씨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울산에서도 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진행중이고,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및 울산산업문화축제도 있었다. 모 일간지가 정리한 울산의 ‘10월 문화 캘린더’를 보면 64개 이상의 각종 공연 및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야말로 풍성한 가을 문화 잔치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

나는 문화란 말을 참 좋아한다. 그 속에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포근하면서 편안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 정체는 나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삶의 자취며 흔적이라 생각한다. 즉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집단 또는 조직이라면 그 집단이나 조직의 성장발전과정에서 이루어진 자취나 흔적이 하나의 조직문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원래 문화(文化)라는 용어는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되었다. 본래의 뜻은 경작(耕作)이나 재배(栽培)였는데 나중에는 교양이나 예술 등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문화인은 교양인이나 예술인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우리는 문화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 용어는 그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좋은 취미로서의 문화가 있다. 훌륭한 예술을 알고 오페라 구경을 가고 프랑스 음식을 즐기는 사람을 문화인이라 한다면 이때의 문화는 ‘고급스런 취향’이란 의미의 문화다. 두 번째는 한 사회나 그 사회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칭하는 넓은 의미로서의 문화인데 프랑스문화, 서구문화, 동양문화 등의 용어에서 사용되는 문화이다. 세 번째는 사회학자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이 문화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 이때의 문화는 지식과 가치체계로서의 문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그릇이라면 문화는 그 그릇에 담겨있는 내용물이라고 한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이쯤하고, 나는 여기서 기업의 조직문화를 말하고자 한다. 조직의 문화적 가치나 토양은 그 조직의 성장발전을 위한 밑거름과도 같은 것이다. 한 기업이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갖기 위해서는 그 조직 구석구석에 창조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 대기업은 나름대로 남다른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조직의 운영방식이나 의사결정과정, 직원들의 사고나 행동양식이 남과 다른 그들만의 유형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의 경주 최씨 집안이나 안동의 김씨 집안과 같은 양반의 기품(氣品)을 갖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의 문화나 학풍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하버드 명문대학의 예를 든다. “걷는 뒷모습만 보아도 하버드 대학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문화는 그 내용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진정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있다면 무엇인가?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자기회사의 문화가 어떤 것인가를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화는 조직의 운영 방식이고 조직의 가치와 직결된다.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문화는 자연 상태를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땀과 영감, 창조적 노동을 투입해 이루어낸 소산인 것이다. 자연이 신(神)의 영역이라면 문화는 인간(人間)의 영역이다. 그래서 인간의 창조행위 결과물이 문화란 것이다. 따라서 문화 사업은 창조적인 사업이며 창조적 경제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창조적인 조직 문화는 조직속의 다양한 생각의 공존과 파격적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으로부터 형성되어 간다. 우리 기업들의 CEO가 이러한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문화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마치 그 속성이 물과 같다. 그래서 한 조직의 경영자나 관리자층이 먼저 가치있는 문화를 창조하는데 솔선수범하여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단순한 경제적 원리에 입각하여 토지, 자본, 노동이란 생산요소만을 투입하여 부(富)의 축적에 골몰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좀 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우리 CEO들은 조직 내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희생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투자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그것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위하여 이제는 투자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심환기 금강철강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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