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한국음주문제연구센터가 전국의 중·고교생 4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음주문제실태조사에서 음주경험이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의 비율이 75.7%이고 문제성 음주 청소년의 비율이 25.4%로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문제성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그런데 지난 4월18일 울산알코올상담센터가 주최한 청소년음주문제예방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바에 의하면 울산 청소년의 음주실태가 이 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매우 위태로운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울산알코올상담센터가 울주군을 제외하고 울산광역시의 각 구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중·고교생 1천8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세 미만 울산 청소년의 80.2%가 음주경험이 있고 POSIT(문제성 음주 청소년 선별검사 도구)로 조사한 문제성 음주 청소년의 비율이 무려 33.4%에 이르러 그나마도 매우 위태로운 수준인 전국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또 한가지 두드러지는 내용은 여학생들의 음주실태이다. 전체 여학생의 79.5%가 음주경험을 한 바 있고, 36.4%가 문제성 음주 청소년으로 파악되어 문제성 음주에서는 여학생이 오히려 남학생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음주는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된다. 첫째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해악을 준다. 신체적으로는 소화기관, 생식기관 등의 내부장기 및 체격과 체력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집중력, 기억력, 운동신경의 발달을 저해하여 과업수행과 학습능력의 장애를 가져온다. 정신적으로는 청소년기에 수행해야 하는 정신발달 과제인 독립심 및 자기정체감 형성, 정서적 발달, 대인관계 기술과 문제해결 기술 그리고 자기표현 기술 발달에 장애를 야기한다.

 둘째로 청소년기 음주는 충동조절의 장애로 인한 폭력, 성 문제 등 청소년 비행과 청소년 범죄를 야기하는 매개체의 구실을 한다. 실제로 청소년 비행과 폭력, 그리고 범죄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되어 있으며 상습적 음주 청소년 1/5 정도가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로 청소년기 음주는 유전적인 취약성이 있는 아이에게는 조기에 알코올 중독으로 발병하는 원인이 된다. 40세 이후에 발병하는 유형과 25세 이전에 발병하는 알코올 중독의 두 가지 유형 중 25세 이전에 조기 발병하는 유형이 유전적인 취약성이 있는 경우인데,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과음을 반복할 경우 조기에 알코올 중독으로 이환 되어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파멸적인 해악을 불러올 수 있는 청소년기 음주가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우리의 자녀들이 더 이상 호기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하는 아이들이 30%가 넘고 11% 정도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마시는 상습적인 음주를 하고 있으며 술 마시는 동기가 호기심 보다는 스트레스를 풀고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라고 하는 어른의 음주동기와 흡사하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세계에서 음주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며 또한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분들의 소감이다.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그것이 지속될 경우 어른들의 희망인 저 아이들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