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핵을 용인하고 수출 저지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보도가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하지만 현실론의 반영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이같은 정책 전환을 부시 행정부의 후퇴, 혹은 정책의 온건화로 해석할 수 없다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핵물질의 수출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북한을 봉쇄하고 경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사라져 버릴 위험이 있다. 어떤 경우라도 북한핵 제거를 목표로 삼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부시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거듭 이같은 원칙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국의 정책 전환설이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은 매우 불길한 일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핵의 용인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한반도비핵화라는 절대적인 목표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만약 미국의 정책이 북핵 용인쪽으로 나갈 경우 우리가 안게될 부담이 너무나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핵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할 경우 일본의 핵무장, 중국의 군비증강이라는 나쁜 시나리오들이 현실화될 위험이 있고 이와 관련해 우리 역시 군비증강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과도한 군사비를 줄여 지구를 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오랜 목표는 더욱 멀어져 갈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과 공조하는 방향은 당연히 평화적 방법을 동원해 북한핵 위협을 제거하는 쪽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민감한 이야기가 나도는 가운데 부시 미국 대통령은 또다시 가상 적국에 대한 선제 공격 가능성을 이야기함으로써 북핵문제에 관한 최근 미국 정부의 온건기류에 혼선을 제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 승리 이후 이제는 경제회복에 주력하면서 내년 대선에서의 재선을 도모한다는 일반적인 추측이 나돌았으나 최근 며칠 새 일련의 보도와 발언들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부시행정부는 당연히 이같은 혼란을 제거해야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미국의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 첫번째 긍정적인 결과가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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