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길에서 본 철새떼의 이동

새들의 일사불란한 대오 바라보며

새삼 기업의 리더와 팀워크 떠올려

▲ 서태일 노벨리스코리아(주) 울산공장장
주말에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지가 꽤 됐는 데다 요즘 무슨 생각들을 하고 지내는지,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가족이란 서로 대화하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지내야 하지만 왠지 그렇지 못한 것같아 가끔 미안하기도 했다.

소한 추위가 매서운데도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순천만을 찾아 겨울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용산전망대로 가는 갈대 숲길은 겨울이 깊으면서 갈대가 많이 야위었지만 낭만스럽게 펼쳐진 S자의 뱃길과 갯벌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석양에 빛나는 풍경은 모처럼 만나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었다.

갑자기 사람들의 함성이 하늘을 향한다. 한 무리의 철새떼들이 까맣게 하늘을 덮고 순식간에 저편 산 쪽으로 날아간다. 또 다른 한 무리의 새떼들이 날아간다. 새떼들의 삼각편대. 그 앞에는 그들을 이끄는 새가 있다. 그 새가 리더라면 그들의 팀워크(결집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석양이 기울 무렵에 어디로 날아가며, 왜 그 곳으로 갈까. 어두워지기 전에 모두 안전하게 자리해야 하는 숙명에서다. 리더인 새가 목적하는 곳은 먹이가 풍부하고 모두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 어느 하나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생존을 위해 새로운 곳을 찾을 것이다. 물이 빠진 갯벌엔 통통배 세 척이 밀물을 기다리고 앉아 있다. 물가엔 먹이를 찾는 흑두루미 몇 마리가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뱃길 따라엔 갈매기들이 날고 있다. 물속에선 물고기 몇 마리가 먹이를 쫓고 있을지 모르는 데 말이다.

요 근래 몇 년간 우리 사회는 리더십과 가치관이 무너진 혼돈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날마다 들리는 지도층의 불협화음은 발전을 위한 역사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도층들의 혼선이 빚어내는 국민들의 불만이 결집력을 약화시키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위기 때마다 그 것을 극복하기 위해 보여줬던 국민들의 단합성도 이제 일사불란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팀워크가 약화되고 리더십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 혹자는 향수에 젖고, 혹자는 새로운 리더십을 그려본다. 강한 카리스마와 훌륭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우리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맡겨도 괜찮을 그런 리더십을 말이다.

한 무리의 새떼들이 일사불란하게 또 하늘을 날고 있다. 용산전망대를 반쯤 오를 즈음, 낙조는 극치를 이룬다. 옅은 두께의 소나무 사이로 붉은 태양은 그 빛을 순천만 갈대숲에 뉘이며 저편으로 몸을 숨기려 한다. 지구의 자전이 연출하는 반복되는 리듬이지만 대기의 조화가 잘 만들어내는 도움 없이는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태양이 저 산 뒤로 잠기고 난 뒤에도 모처럼 만에 가족사진을 찍고 노을과 낙조를 즐기면서 서로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벌써 어둑해져 온다. 하산길을 재촉해보니 걸음 빠르기가 다르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 뒤에 처져 갈대 숲길을 다시 걷는다. 어느새 어둠이 가려 앞서 간 아이들은 볼 수가 없고 초승달 하나 별 데리고 나와 순천만 위에서 따라온다.

달과 별은 어둠 속의 희망, 가끔은 구름에 가려도 수많은 빛들을 뿜어낸다. 더 밝은 빛이 나타나면 몸을 감추지만 말이다. 갈대숲과 용산전망대 루트에서 보낸 3시간여의 평온, 겨울이라 따뜻함의 소중함을 간직한 채 장갑 낀 손으로 시린 귀를 녹이며 조직의 리더십을 생각해본다. 다양함을 포용하며 힘차게 하늘을 유영해 간 그 철새떼들의 팀워크를 이끌어 낸 리더새의 잔영이 인상 깊게 뇌리에 남는다.

한편으로 ‘펭귄효과’의 이론에서 말하는 ‘바다사자에게 잡혀 먹힐 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제일 먼저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을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 조직에는 그렇게 솔선수범하는, 소신있고 용기있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있는 지. 무엇보다도 조직은 그런 구성원을 창출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기업에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앞장서는 리더의 정신이 새롭게 요구되는 새해의 출발점이다. 새떼들이 유영하면서 보여준 훌륭한 리더와 팀어크로 올 한 해도 우리의 미래를 밝게 열어 줄 멋진 비행을 상상해본다.

서태일 노벨리스코리아(주) 울산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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