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후폭풍...노동유연성 경고등
(상)주요 기간산업 경쟁력 약화 부르나

지난해 7월22일 대법원 판결에 이은 이달 10일의 서울고법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사내하청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계는 하청근로자의 즉각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과 더불어 집단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경제계는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노동유연성 저하로 기업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사내하청 정규직화 판결과 관련한 지역 산업계 파장을 살펴보고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신규인력 채용 줄이고 사내하청 재계약 기피
작업외주·해외조달 등...고용환경 악화 불가피
고용형태 다양화해야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책임 공방

서울고법의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을 계기로 노동계와 경제계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잔업거부와 부분파업에 이어 25일부터 3월1일까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계획하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해 11월15일부터 25일간 울산 1공장을 무단 점거해 큰 피해를 입힌 데 이어 또다시 2차 파업에 나서자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엄정 대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협의 기간 중 중단되었던 울산1공장 농성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재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지부(정규직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가압류 해제, 형사 고소고발 및 징계 최소화, 옛 동성기업 근로자에 대한 취업 알선, 정규직화 대책 관련 별도협의체 구성 등 사태해결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 노조가 일방적인 결렬을 선언했다”며 “엄청난 피해를 안긴 1공장 무단 점거사태 등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하청노조가 없던 일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KEC 비정규직의 구미공장 점거사태 당시 금소노조가 징계 최소화에 합의했고 전체 700명 중 40명의 징계해고를 수용한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11월15일 시작된 파업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노동자를 불법으로 하청노동자로 고용했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그 모든 책임이 있고 회사는 모든 하청노동자에 대해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내하청 일자리 소멸시 고용사정 오히려 악화

산업계는 하청노조의 ‘정규직화 요구’가 고용시장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내하청(하도급)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전자 등 우리나라 주요 기간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법원 판결 이후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이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신규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 한편 기업들의 2년 미만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재계약 기피 등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될 것이다”며 “특히 하청 형태로 활용하던 작업을 외주화하거나 해외공장을 통한 조달 등으로 생산형태를 변경할 것이므로 결국 사내하청 일자리마저도 소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사내하도급 활용 현황’에 따르면(표 참조) 지난해 말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24.6%(32만5932명)에 달한다. 업종별로 △조선(55%) △철강(41.5%) △화학(20%) △자동차(14.8%) △전기·전자(12.4%) 등이다.

그럼에도 유독 현대차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은 금속노조 내에서 현대차의 비중이 가장 크고, 투쟁효과가 높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경직성 OECD 국가중 최상위권

노동유연성 저하에 따른 경쟁력 상실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비중은 26.4%로 OECD 국가 중 폴란드(29.9%), 스페인(2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OECD는 “일반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가 낮으면 비정규직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기업은 고용의 경직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하청과 같은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이번 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과 기업의 인력운영 경직성은 더욱 악화돼 결국 기업 및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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