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대선 때부터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실지로 어디선가 새정치 바람이 불고 있고 기존 정치인들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변화의 바람 속에 가장 간절하게 들어 있는 소망은 정치인의 변화다.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고, 정치가 바뀌려면 정치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울산시민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인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본보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내년 총선에서는 의정활동(46.0%)을 보고 국회의원을 뽑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5개 지역구 가운데 4개 지역구 국회의원이 한나라당인 울산, 그래도 "표 찍을 때 되면 한나라당 아니겠느냐"는 생각은 그야말로 자조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 기존 정당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기대는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25.8%)이 민노당(7.4%)이나 민주당(6.3%), 국민통합(2.9%) 보다는 높게 나왔으나 지지정당없음(55.0%)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 어떤 면을 보고 지지여부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도 소속정당은 10.4%에 그쳤다. 정당공천만 믿고, 폼만 잡다가는 금배지가 저만치 달아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개혁국민정당에서 불고 있는 신당창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당에 대해서도 울산시민들은 지극히 냉랭하다. 긍정적인 의사는 24.9%에 그쳤고 부정적이라는 의사가 53.8%나 됐다.

 울산시민들은 현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못하는 편(36.0%)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잘하는 편이라는 대답은 26.1%에 그친 반면 매우 못하는 편이라는 혹평도 25.6%에 이르렀다. 현 국회의원을 재신임(11.8%)하기 보다는 재신임하지 않겠다(28.1%)거나 아직 모르겠다(51.0%)는 의사가 더 높게 나타났다. 아무리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정치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는 어렵다.

 정치학자 와이드너(E. W. Weidner)는 정치발전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를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정치발전의 중간 목표는 정치체계의 분화, 조정, 자율성, 능력 등의 확대이며, 그 종국적 목표는 근대성, 국민국가 형성, 사회·경제적 성장에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목표는 어디쯤으로 설정해야 할 지, 확실하게 알수는 없으나 와이드너가 말하는 중간 목표는 정치체계 구성원들의 역량에 의해 도달할 수 있지만 궁극적 목표인 국민국가형성이나 사회·경제적 성장은 국민들의 심리적 유대·연대감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정보가 노출되고 공유되는 정보화 시대다. 혹세무민이 불가능하다.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로 인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곧바로 볼 수 있는 창구가 늘 열려 있다. 때문에 이제 모든 코드(code)는 국민에게 맞추어져야 한다.

 정치인들이 코드를 맞추어야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아니고, 대통령이 코드를 맞추어야 하는 사람은 청와대 식구들이 아니다. 공연히 정치인들끼리 코드(cord·굴레)를 맞추어 서로 코를 꿰고 꿰이면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가 없다. 나라를 바로 잡을 수가 없다.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에게는 닥치는 일마다 모두 약이 되고 남을 원망하는 사람에게는 일어나는 생각마다 모두 창과 칼이 된다. 하나는 모든 선의 길을 열어주고 또하나는 모든 악의 근원을 이루게 되는 것이니, 그 양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거리가 있다." 홍자성이 쓴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