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내놓은 주택가격안정대책은 일정기간, 일정부분에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 전매금지 범위 확대, 재건축 아파트의 80% 이상 시공 후 분양 등이 특히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날부터 국세청이 수도권과 충청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사상 첫 입회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부동산 투기를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경험했듯이 이런 "때려잡기"식 대증요법은 그 효과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역, 신도시건설 예정지역 등의 부동산 값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고 단속에도 불구, 일정기간이 지나면 투기꾼 및 투자자들이 다시 기를 쓰고 몰려들 것이 뻔하다. 분양권전매의 허용과 금지를 반복하는 일관성 없는 주택정책, 전국에서 "사람 살만한" 지역이 극히 제한돼있는 지방피폐화 현실, 마땅한 투자처를 못찾는 380조원 가량의 부동자금 등이 그런 예상을 가능케 해준다.

 정부가 지난해 이후 무려 10여 차례나 세제 중심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고도 이번에 다시 종합대책이라며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은 사실이 그를 반증한다. 정부는 거듭되는 대증요법으로더 이상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신뢰 추락을 자초하는 일을 자제하고 수십년간 뿌리를 내린 부동산 투기의 원인치료에 나설 때다.

 부동산 투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 과밀 등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문제들을 유발시키는 근본 원인이면서도 항상 논의 대상의 뒷전에 밀려있는 게 국토종합개발계획 문제다. 좁은 땅덩어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느 나라 보다도 치밀하고 장기적인 국토계획이 필요한데도 정치적 이유나 관료들의 장기 비전 결여로 인해 100년은 커녕 10년 앞의 국토개발계획조차 확고하게 세워두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많은 지방의 황폐화는 날로 심화되고 세계적으로도 소문난 수도권 과밀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방 활성화와 수도권 과밀해소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국토효율을 높이는 일은 지금까지도 몰라서 못했던 게 아니다. 정부의 의지가 약하고 추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장기 국토계획의 확실한 수립과 추진, 그에 따른 예측가능한 주택수급 전망이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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