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공방 ‘내마음물들이고’ 이선애 관장 7~8월 염색 적기 강조
쪽풀로 우려낸 쪽물에 천연원단을 담그면 청아한 빛깔 물들어
맑은 물에 씻은 후 바람 잘 드는 햇볕에 널면 짙푸른 쪽빛 탄생

“쪽빛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나세요~.”

1960년대만 하더라도 ‘있는 집’ 새색시가 시집을 오면 이불보부터 먼저 열어봤다. 살짝 엿본 이불보에 푸른 쪽빛이 들어 있으면 시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을 모두 불러 이불을 펼쳤고 며느리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게 했다. 그때만 해도 쪽물은 ‘참물’이라며 대접을 받았다. 합성염료는 천한 물이라 하여 ‘깡물’이라 불렀다.

▲ ‘내마음물들이고’ 이선애 관장이 쪽물에 담근 천연원단을 햇볕에 널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편리함이 최고의 가치로 떠오르자 깡물이 참물을 잠식했다. 이 오묘한 빛깔의 쪽물을 내기까지 작업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치자나 쑥처럼 끓이면 재료 본래의 색이 나오는 여느 천연 염료와 달리 쪽은 초록빛 풀에서 그 보다 훨씬 더 검푸른 쪽빛을 만들어 내야했으니 오래지 않아 쪽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또다시 시대가 바뀐 요즘. 쪽물의 향기는 물론 하늘과 바다와 저녁놀 붉은 빛이 더해진 쪽빛을 예찬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참살이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벌레가 들지않고 냄새까지 잡아주는 쪽물이 옷가지와 소품, 침구류와 함께 우리의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 쪽물 자연염색 요즘이 적기

쪽풀은 7~8월에 꽃을 피운다. 쪽물은 꽃 피기 전후의 쪽풀을 수확하여 사용한다. 웅촌면 검단리 내마음물들이고 이선애 관장은 자신의 친정이 있는 두동에서 직접 쪽을 재배한다. 자신의 체험공방에서 쪽물염색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어다가 일일이 찧고 짜고 뒤섞는 작업을 거친 뒤 그 물로 염색을 한다.

날이 더울수록 좋은 염료가 나오는 까닭에 삼복더위가 한창인 아이들 여름방학이 쪽물염색의 적기라고 알려준다.

이렇게 얻은 생쪽물로 염색을 하면 하얀 비단이 제주 바닷물과 같은 옥빛으로 바뀐다.

흔히 쪽빛으로 아는 짙푸른 심해 바다색은 생쪽물을 한번 발효시킨 물이다. 수확한 쪽풀을 항아리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우선 이틀간 담가 쪽물을 우려낸다.

여기에 12시간 동안 구운 조개껍질로 만든 석회가루를 넣고 30분 정도 저으면 남색 거품이 일면서 색소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윗물은 버리고 침전물을 그늘에 말리면 개흙처럼 생긴 쪽 염료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운 쪽대에 끓는 물을 부어 만든 잿물과 쪽 염료를 큰 항아리에 5대 1 비율로 넣고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보름 동안 매일 저어 주면 그제서야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그 쪽물이 완성된다.

□ 햇볕과 바람의 합작품, 쪽빛

이렇게 만든 염색물에 면·모시·마 같은 천연 원단을 잘 펴서 한두시간 담가 두면 천이 청록색으로 물든다.

한 번 담근 물이 청아한 빛깔이다. 염색을 반복할수록 염색천의 빛깔은 더욱 짙푸러진다.

맑은 물에 여러차례 씻어 잿물을 빼고 햇볕에 널면 천이 자연스러운 쪽빛으로 바뀐다. 이선애 관장은 이같은 쪽빛을 두고 ‘햇볕과 바람의 합작품’이라고 말한다.

강한 볕과 들판에 이는 자연바람이 색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비단 스카프와 면 티셔트 등의 소품 염색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이 관장은 “햐얀 스카프에는 생쪽물로, 막 입을 수 있는 티셔츠는 발효염색물로 물을 들이도록 권한다”며 “오전에 물을 들인 스카프는 잠시 마당에서 바람을 맞추어 자연건조시킨 뒤 다림질로 마무리한다”고 말한다. 이어 “티셔츠에는 염료가 다양한 모양으로 스며들도록 실로 꽁꽁 묶는다”며 “아이와 엄마가 함께 체험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시작 된 쪽물염색 체험행렬은 휴가로 잠시 중단된 지난 주말까지 내내 이어졌고, 잠시 쉰 뒤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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