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동안 중단됐던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방문중 중의원 본회의 연설과 TBS방송의 일본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 개방조치 검토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일본 대중문화는 국민의 정부시절인 1998년 처음 개방된 이후 99년과 2000년 세차례에 걸쳐 개방조치됐으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시정 거부에 대한대응조치로 추가개방이 중단됐었다. 세차례에 걸친 단계적 개방 과정을 거치면서 공연과 출판시장은 완전 개방됐으며 영화·비디오·음반·게임·방송 프로그램 등의 분야는 부분 개방됐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할 것이냐, 말것이냐가 아니다. 어떻게 개방하고 개방이후를 대비할 것이냐가 문제다.

 우리는 뼈아픈 과거사 때문에 일본 대중문화의 유입을 무조건 반대해온 측면이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의 문화산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 문화산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져왔다. 그러나 국가간 교류에서 역사적 특수성을 이유로 특정 국가의 문화만을 기피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 국민은 더이상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해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은 문화전쟁의 측면을 더욱 고려하고 경제적 득실을 따져가며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 대중문화상품의 유입을 한.일 무역불균형 시정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귀기울일만 하다.

 일본 대중문화의 확대 개방에 앞서 정부와 문화계는 문화전쟁을 치를 준비부터해야 할 것이다. 수입금지된 상황에서도 이미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열광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 전세계 게임시장의 90%를 석권하고 있는 일본대중문화 상품에 대한 철저한 연구분석과 함께 이를 따라잡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 대중문화 상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겠지만 단기적인 예산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 일본 대중문화의 핵심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젊은이들의 영컬처와 서브컬처라지 않는가. 다양성이 수용되는 문화적 토양을 마련하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두는 교육을 시킨다면 일본을 누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문화상품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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