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품고 사는 ‘열혈 오디션족’

경연 프로그램 잇단 등장 지망생들 마음 불 지펴
오디션 참가 비용 부담도 응시생 열정 막지 못해
아르바이트하며 자체 제작·홍보 등 숨은 끼 발산

오디션을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열혈 오디션족’들이 울산에도 늘어나고 있다. 지방이라는 불리한 조건 때문에 아르바이트의 필요성이 더 커졌지만 오디션에 꿈을 거는 그들에게 하루 하루는 희망찬 나날이다.

▲ 울산 랩퍼동아리 ‘K스톰’이 청소년페스티벌 ‘스텝업’에서 공연하고 있다.

최근 TV와 인터넷, 가요제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면서 응시생들의 문이 크게 넓어졌지만 참가자들의 부담도 늘어났다.

특히 지역 응시생들은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학원비와 일대일 레슨비, 연습실 대관료, 프로필 사진 촬영비, 의상비, 헤어·메이크업비 등 고정지출 외에도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한 왕복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 다녀오는데 적게는 10만~2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한다.

가수 준비를 하고 있는 휴학생 한승민(20)씨는 기획사와 각종 가수오디션에 참여하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달에 35만원인 실용음악학원의 학원비와 오디션 비용 등을 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씨는 “대형기획사를 목표로 전문적인 오디션 준비를 하는 친구의 경우 1년에 많게는 20번까지 서울에 올라간다”며 “한번 올라갈 때마다 차비와 식비, 의상비 등 1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일을 마치면 곧바로 노래연습에 들어간다는 한씨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아르바이트는 전혀 힘들지 않다.

▲ 울산 출신으로 케이블TV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시즌 1에서 우승한 서인국.
디션에 참가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직접 홍보하는 가수 지망생 동아리도 생겼다.

울산 문수청소년문화의집에서 랩퍼동아리 K스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현규(24·울산대 2년)씨는 “선배 중에 한 명이 가요제와 오디션에 많이 참가했지만, 비용만 쏟고 정작 전부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우리팀은 현재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대신 스스로 곡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고, 기획사에 CD를 보내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홍보활동까지 해야하는 지망생이 생긴 이유는 최근 2~3개의 인기 케이블TV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대형기획사가 울산으로 오디션을 개최하러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대 대형 기획사의 울산 오디션의 경우 A업체가 2007년에 한 차례 진행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기획사는 인터넷을 통해 지원서를 접수한 후 합격자를 개별 통보해 서울에서 비공개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예선을 치르는 업체도 있긴 하지만 1년에 한 번 서울, 대구, 대전, 부산 등 한정된 지역에서 오디션을 치르는 실정이다.

남구의 한 실용음악학원 관계자는 “오디션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응시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이 열리면 무조건 참여하고 싶어한다”며 “대부분 서울 위주라 지망생들이 부담을 많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서울지역 응시생들에 비해 지방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이 한계를 극복하고 합격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발전을 이뤄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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