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재 휴게소 공사로 몸살
악천후 피할 산장이 더 시급

▲ 배성동 시인·영남알프스 사랑 시민모임 대표
영남알프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산악 훼손과 이벤트성 행사로 끌어 모은 사람들 탓이다. 자연을 만끽하고 즐기면서 심신을 재충전해야 할 곳이 소란스런 공사판, 난장판으로 변했다. 각종 공사가 뒤엉켜 모처럼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신불산 간월재는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보석이라 할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그 간월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전망대 바위’가 펼쳐져 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올라가는 9부 능선에 있는 바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바위에 ‘인공 전망대’를 만든다고 야단법석이다. 더구나 울주군은 앞으로 몇 개 더 설치할 계획이다. ‘전망대 바위’에 구십 개의 구멍을 뚫어 아연으로 도금한 철골을 박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돌먼지와 소음이 진동하는 등산로에는 테크 위치를 알리는 빨간 깃대가 길게 꽂혀 있고, 주변에는 헬기를 동원한 자재가 함부로 쌓여져 있다. 대형 굴삭기와 드릴을 동원해 바위에 구멍을 뚫는 현장이다. 가만두어도 쉬기 좋은 평평한 바위 위에 왜 굳이 전망대를 만들려는지 이해 할 수 없다.

간월재 휴게소 공사도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간월재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은 비너스의 곡선처럼 천혜의 진경(珍景)인 곳이다. 이런 곳에 휴게시설을 짓는다고 능선을 깎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박느라 법석이다. 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산사태 위험까지 우려된다. 더욱이 기가 막히는 것은 이토록 소란스럽게 짓고 있는 시설이 등산객을 위한 산장이 아니라 단순한 매점이라고 한다. 음식물이나 술은 팔지 않을 계획이라 하지만 ‘간월재 주막’ 같은 곳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울주군은 몇 년 전 정비사업을 이유로 간월재 일대 잡상인들을 모두 쫓아냈다. 그곳에 울주군이 5억3000만원의 혈세를 들여 다시 매점을 설치하는 것이다. 굳이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면 꼭 필요한 것이 간월재의 유명한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산장이어야 한다. 간월재는 억센 바람과 안개, 악천후로 알려진 곳이다. 갑작스런 악천후를 피하지 못해 간월재에서 저체온으로 사망한 청년을 추모하는 ‘추모비(碑)’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10월 들어 영남알프스 일대에는 각종 축제가 한창이다. 10월초 연휴에는 간월재에는 ‘울주 오디세이’와 ‘억새 축제’ 행사가 열렸다. 억새를 만끽하려는 수만 명의 사람들과 억새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만 혈안이 됐을 뿐 그들을 위한 배려는 낙제점을 넘어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대규모 행사에 수만 명의 사람들을 간월재에 불러 놓고도 화장실은 단 한 곳뿐이었다. 특히 여자 화장실 앞에는 30~40m의 긴 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발을 동동 굴리던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런데도 신축 중인 ‘간월재 휴게시설’에는 화장실이 설계에 빠져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공원 내 설치된 판매시설을 없애는 중이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관조성을 위하여 송전탑도 철거하는 추세인데, 영남알프스에서는 맹렬하게 거꾸로 가고 있다.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공청회를 통해 지금의 간월재 대피소를 리모델링하거나 그 인근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잠시 쉬었다가는 등산로에 ‘인공 전망대’를 만드는 일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연 경관을 고려하지 않는 위치 선정과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 천편일률적인 설계업자의 합작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영남알프스 일대는 자연 경관을 손대지 못하도록 보존지구로 지정된 곳이 대부분이다. 보존을 위한 명분이 도리어 개발행위로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자연을 망가트리고 있다. 하늘 억새길 조성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늘에서 보면 영남알프스 훼손의 서막이 열렸다.

배성동 시인·영남알프스 사랑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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