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강요받는 수 많은 선택들

순간의 선택적 행동으로 결정되는 미래

자연에 순응하며 평상심으로 대비해야

▲ 이수동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이야기1; 어느 가상의 도시, 불합리란 이름의 대학에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교수가 있었다. 이 교수의 연구계획을 알게된 대학당국은 교수회의를 열어 생각하는 기계의 제작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 과학문명이 발달한 이 도시에서 살려고 했던 한 방문객이 이 소식에 실망하고 열기구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버렸다. 30년이 지나 궁금해진 여행객이 그 도시를 다시 방문해보니 사람들은 나태한 생활 속에서 태양아들교란 종교를 믿고 있었다. 30년 전에 태양을 향해 날아 올라갔던 선조를 기리기 위함이었다.

이야기2; 브라질 열대 우림 속,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한달 뒤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불러 올 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캐오스이론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자연 현상과 같은 비선형 복잡계의 행동은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만약 그 나비가 날갯짓을 하지 않았다면 토네이도가 없었을까? 그것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야기3; 미국의 어느 학자가 통계가 가능한 연도부터의 미국 면화 생산량의 변동 그래프와 주식 가격의 변동 그래프를 비교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느 시점부터 두 개의 그래프가 포개어 놓은 듯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한 통계는 자연 현상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고 또 다른 통계는 인간의 의식에 의해 구조화된 사회적 경제적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두 그래프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대의 사건이었다.

이상의 세 가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본의 아니게 수많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매순간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순간적인 선택적 행동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미래는 너무나 많은 변동요인에 의해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적 행동의 내면에는 우리의 의식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한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현상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의식과 교감해가며 다음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해가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토정비결 등 신년 운세를 본다. 한 해의 운수가 궁금해서이다. 인간의 궁금증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인터넷 사이트도 여러 곳이다. 앞날의 불확실성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3’에서 보았듯이 토정비결 등에서의 예측은 우리의 외부 환경이나 의식이 지향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패턴을 제공한다. 믿지 말고 잠시의 재미로 치부하면 좋을 듯하다.

동양의 지혜를 대변하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서도 역경(易經)처럼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고 연구된 경전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주역(周易)은 하늘, 땅, 우레, 바람, 산, 못, 물, 불의 여덟 가지 자연 중에서 선택한 여섯 가지 조합으로 하나의 괘가 이루어지고, 이와 각기 연계되는 형이상학들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유추해가며 그 괘를 해석하게 된다. 전체 경우의 수는 64괘로 각기 자연과 의식을 시공간에서 놀라울 정도로 교묘하게 결합한 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주역을 이용해 주역점을 칠 수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맑은 마음으로 49개의 시초라는 풀의 가지로 점을 칠 내용에 집중하며 주역점을 본다. 그러나 소중한 자신의 운명을 어찌 한갓 시초 가지에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공자는 점을 치지 않고도 올바른 선택을 저절로 할 수 있는 능력의 계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용히 흐르다가 막히면 둘러가고 격랑 속엔 소용돌이치며 다음을 대비하는 물의 흐름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항상 자연을 경외하고 공감하며, 번뇌가 떠난 평상심을 유지한다면 보람있는 내일을 스스로 선택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금년에는 온 국민이 국가의 장래 명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우리 모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자의 신명님께 빌어야 할 것 같다.

이수동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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