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진 정토사 주지 스님
흔히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들을 주고받는다.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고 빌어주는 이 인사는 참 좋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복은 빌어주면 받아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불교에서는 복은 짓는 것이라 하고 인과응보를 강조한다. 만약에 내가 짓지도 않았는데 받는다면 그것은 빚이 된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빚은 언젠가 갚아야 하는 것이다. 복은 입으로 짓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복 짓기가 쉽지 않다. 노약자가 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요, 복 짓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나도 힘든데…” 생각하며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복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 저분이 어려움에 빠졌구나!”하는 공감이 먼저고 “안됐다” 하는 측은지심이 뒤따라야 한다. 이렇게 마음이 동요되어야 몸이 움직인다.

해가 바뀌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이 ‘마음 고요히 하기’이다. 복잡한 거리에서 ‘마음 고요히 하기’가 쉽지 않듯, 번잡한 일상에서는 공감이나 측은지심의 가동이 어려우며 따라서 복짓기가 어렵다. 복짓기와 받기는 한마음을 모은 진실한 염원과 행동이 함께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짓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하는 수심(修心)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면을 고요히 하여 자신의 마음을 맑히면 그 마음은 스스로 어려운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쪽으로 작동이 되고 그러면 자연히 복을 짓는 행위가 나오게 된다.

복은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짓는 것이다. 연초(年初) 만이라도 마음 닦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필자의 신간 시집 <바다처럼>에 수록된 새해 시를 다시 본다.

새롭게 하는 해

오는 해 고운 빛에
지난 아쉬움 사라지고
알찬 희망이 보인다.

자신을 관(觀)하니
무량 지혜 무한 가능성 보인다.

가는 사연 감사하며
오는 인연 순응하니
새로운 세상.

내가 먼저 미소 지어 새로운 얼굴
내가 먼저 나누어서 새로운 기쁨

욕망 집착 줄여서 편한 마음
소박한 보람도 새롭게 익어 간다.

기쁨도 괴로움도 내가 짓는 것
성실히 가꾼 만큼 거두는 행복.
순리대로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면 편안하다.

복 받기(受福)보다 복 짓는 일(作福)로
새롭게 단장한 한 해
날마다 건강하고 좋은 날 되소서.

덕진 정토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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