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철 울산대 생활과학부 교수·공학박사
언젠가 울산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성공비결을 물어보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예상외로 간단했다. 첫째가 모든 음식을 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미료를 많이 넣고, 반찬가짓수는 되도록 많게, 자리에 앉자마자 이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울산사람만의 특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견 맞는 말인 것 같다.

맛이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관능적 센스이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는 그동안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5가지 인줄만 알았는데 2010년 3월 호주 디킨대의 러셀키스트 교수가,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기름 맛이 사람의 혀가 느낄 수 있는 6번째 미각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 단맛의 관능성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안온하고 포근하고 부드럽고 신기한 맛이다. 단 음식은 입에 넣자마자 그 맛이 혀끝에서 뇌로 즉각적으로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달된다. 과거 설탕은 가장 매력있는 명절선물 중의 하나였고 단맛 소비량으로 빈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범죄자의 공통적 특징은 단맛이 결핍된 자극적인 식사를 좋아한다고 하며 심지어 아이들의 충동성, 주의력 결핍, 정서불안, 과잉행동, 학습부진 등의 원인도 단맛 결핍으로부터 찾을 정도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외식도 가까이 가보면 그 단맛이 극에 달해 있다. 특히 모유보다 분유를 먹고 자라난 아이들의 단맛 선호 경향은 더 심화되어 있다. 엄마 뱃속의 양수를 통해 아기가 먹어온 포도당도 단맛이며 신경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맛도 단맛이다. 단맛의 유혹에 빠지면 담배나 마약과 같이 중독되기도 한다.

모든 음식점이 그렇지는 않겠으나 ‘남는 장사’의 비법이 ‘단맛’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손님들에게는 특별한 아이디어, 곧 노하우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단맛’이 비법인 것이다. 손님과의 공정한 거래로는 여겨지지 않은 이 비법을 혹여 독창적인 정보로 생각하고 대물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왠지 맛의 주인인 손님의 입맛을 그들 마음대로 맛의 비법이라는 이름으로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아무튼 정직성이 결여된, 공개되지 않는 자기만의 노하우는 아주 흔한 비즈니스의 속임수이며 이것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지난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26㎏의 설탕을 소비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74㎏이었다. 밥 세 숟가락에 설탕 한 숟가락을 먹은 셈이다.

송재철 울산대 생활과학부 교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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