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나이만 많다고 다 어른 아니다

불이익이 와도 올바름을 가르치려는

참어른이 나서야 세상이 바로선다

▲ 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아랫 사람을 단속하는 근본은 수령 자신의 몸을 규율(control)하는 데에 달려 있다. 자기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시행되지만, 자기의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윗사람이 먼저 반듯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프랑스 군대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정복하려 할 때 나포레옹 장군이 우리말로 “돌격”이라고 명령했더니 아무도 꼼짝하지 않았다는 유머도 있지만, 그때만 해도 장군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를 했었기에 장군의 권위는 신뢰가 뒷받침되어 부하들이 따랐으리라 여겨진다. 누구에게 명령하거나 이끌어야 할 사람이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며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은 이미 흔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없는 진리인 것 같다.

서점에는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즐비하고, 매일 숱한 곳에서는 인간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 같은 책과 교육 프로그램들이 리더십에 다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근본을 바꾸는 노력 없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들쥐들도 우두머리가 주의 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니까 뒤를 따라 움직이게 된다. 만약에 성직자가 자신은 수도생활을 게을리하며 보통사람들과 같이 온갖 쾌락을 즐긴다면 누가 그를 좇아 설법을 들으려 하겠는가. 자신을 이끄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고 감동하게 되고 눈물 흘리기도 하고, 아니라면 분노하고 끝내 무관심하게 된다. 만약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에 종교시설이 자리했는데도 신도가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면, 그 성직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의심해 볼 수도 있다.

깊숙한 골목 안쪽 그것도 초라한 시설의 식당인데도 손님이 바글거리는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맛 좋고 친절하고 저렴하다면 어디라도 찾아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신앙은 구원과 진실의 농도에 따를 것이며 식당은 맛이 승부를 결정한다. 물론 요즈음은 시설의 싸움이라고도 한다지만. 꾸며서 잘보이려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최선이 최상이 아니라서 때로 최선이 보잘 것 없는 결과를 낳게 될 지라도 개의치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대가 가게를 지키면 가게가 그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의미도 되겠다. 끈질김은 감동을 낳고 감동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열매를 낳게 한다.

오늘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비극은 훌륭한 리더가 적음에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 어른이 없고, 있어도 입 다물고 있음에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학교에서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어도 입을 열어 가르치고 훈계해야 할 사람들이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지. 살기에 바빠 먹이고 입히는 것 외에 아무 메뉴가 없는 가정교육은 또 어땠는지. 돈 생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팔았던 어른들의 만행은, 상술이라는 이름으로, 예술표현이란 가면으로 언제나 덮여져 오진 않았는지. 도덕이나 윤리는 고리타분한 보수들의 몫으로 밀어놓은 악덕에 밀착한 자유는 우리를 무한대로 자유롭게 해준 대신에 규율을 무너지게 하는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다.

부모나 책임자들, 곧 어른들이 바로서지 않으면 세상은 힘들어진다.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학벌이나 지위에서 오는게 아니다. 불이익이 와도 올바로 가르치려 하는 그 사람이 지도자이고 어른이다.

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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