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한 무하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 원수의 최측근인 바세르 살레가 프랑스에 체류 중인 것으로 드러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6일)를 눈앞에 두고 ‘리비아 커넥션’에 시달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또 다른 복병으로 부상했다.
 카다피 집권 당시 비서실장, 내각장관, 리비아-아프리카 투자사 회장 등의 요직을 지낸 살레는 카다피의 비밀을 가장 많이 간직한 복심(腹心) 중의 복심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 사르코지에게 카다피가 5천만 유로(750억 원)의 대선 지원 자금을 제공했다는 보도로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군 사이트 메디아파르 등 프랑스 일부 언론은 살레가 카다피의 ‘자금줄’로 과거 사르코지에 대한 ‘시혜’의 대가로 프랑스 거주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와 인터폴의 수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레가 프랑스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은 사르코지의 ‘비호’ 덕택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사르코지는 부인하고 나섰다. 사르코지는 1일 RMC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살레의 프랑스 거주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살레 가족이 프랑스에 거주 중인 점을 고려해 리비아 정부와의 협의로 결정한 것”이라고 직접 개입을 부인했다.
 인터폴 웹사이트에서도 바시르 알 시르카위라는 가명을 가진 살레는 사기 혐의로 수배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인터폴은 리비아의 새 정권에 살레의 수배 영장과 관련해 조회했으며, 바세르 살레 알 사르카위라는 이름으로 영장이 발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궁지에 몰린 사르코지 대통령은 살레가 인터폴의 수배 대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신병을 인도할 의향이 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리비아 새 정권과 그의 문제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도 모두 세 가지 이름으로 살레를 지난해 4월 제재자 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리비아 정부 통제 범위에서 벗어난 독립 무장 조직 ‘진탄 투사들’(Zintan Fighters) 관계자는 살레가 지난해 4월 수도 트리폴리에서 체포됐지만, 곧 ‘석연찮은’ 상황에서 풀려나 니제르로 피신했다고 주장했다.
 니제르에서 살레는 대통령 고문 직함을 얻고 곧이어 니제르 외교관 여권으로 프랑스에 입국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수아 필롱 프랑스 총리는 살레가 니제르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는 한 그의 신병을 리비아로 영구 인도하려면 니제르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사르코지가 지난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된 지 두 달 뒤 사르코지의 당시 아내였던 세실리아 여사가 리비아를 방문해 에이즈 균에 감염된 약을 주사한 혐의로 리비아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불가리아 간호사들과 팔레스타인 의사의 석방 협상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해 말 인권단체들의 거센 항의에도 카다피는 프랑스를 공식 방문해 사르코지와 환담하는 등 카다피와 사르코지 간의 밀월 사실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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