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별검사팀이 박지원 전 장관을 150억원 수수혐의로 구속하면서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대북사업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현대측으로부터 양도성 예금증서 1억원권 150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 돈이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 비자금 400억원 정치권 유입설"까지 나돌아 사건의 성격이 변질되는 기미도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수뢰혐의나 정치자금 제공의혹 등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자금의 출처는 물론 이런 거액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 경로를 철저히 파악해 관련자를 엄중히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현대가 조성했다는 자금의 액수도 정확히 밝혀내야 하며 그 돈의 사용처 또한 한점 의혹없이 캐내야 한다.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희망하는 것은 이런 당위성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으로서는 박 전 장관 구속영장에 적시된 150억원 수수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고, 이 돈이 "대북송금"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이 받았다는 이 비자금은 그 건네진 시점이나 성격으로 볼때 정상회담 대가는 물론 대북송금과도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특히 구속영장에 적힌대로 "대북사업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라면 직권을 이용한 개인비리차원의 뇌물수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일반 검찰에서 수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안인만큼 수사기한내에 대북송금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은 특검의 임무에 해당할 것이다.

 수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특검의 판단은 박 전 장관의 150억원 수수혐의 입증을 위해서라기 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특검수사가 대북화해협력 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훼손하는 단계까지 나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검이 특검의 취지에 맞게 더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대북송금 의혹"을 낱낱이 밝힐 수 있는 일인지, 남북관계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 신중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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