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0만의 광역시 울산. 그러나 삶의 질을 고려할 때 아쉬운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물론 광역시라고 해서 모든 문화시설이나 관공서가 다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광역시에 살고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하부인프라는 구축되어져야 한다. 울산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종합대학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웃지 못할 사실도 반드시 포함될 것같다.

 울산지역에서 한 해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약 1만6천명이나 절반이상이 타지 대학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특정대학이나 특정학과를 찾아가는 것은 말릴 수가 없지만, 지역에 대학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광역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울산은 잘 구축된 공단을 중심으로 도시의 생산능력이 아시아권 4위이고 국내 최대의 생산 경쟁력을 가진 곳이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울산으로 몰려들었고, 땀과 노력을 쏟고 있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고려하면 쉽게 정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단지 생산집적지 형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 예술, 교육 등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충족될 때 도시의 경쟁력은 증대되는 것이다.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자. WTO체제이후 지역간 경쟁이 첨예화되고 있다. 모든 지자체들이 지역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경쟁이 치열하다. 지역의 혁신은 혁신을 선도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도시에서 혁신의 주체로 대학이 나서고 있다. 치열한 아이디어경쟁의 틈바구니속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참신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이 오래되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우리나라 공업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도시발전으로 도시 내부에서 내생적인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인근 포항을 바라보면 부러움이 시샘으로 변한다. 포항공대가 설립되고 난 이후 지속적인 인재의 육성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내적으로 충실해진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한 회의석상에서 포항공대 교수가 한 말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포항공대가 다른 대학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만을 해왔지만 정작 포항에 대학이 있으면서 지역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는가 하는 자성이 대학내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결과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광주를 살펴보자. 광주에 광산업이 지역특화산업으로 시작되고, 광주KAIST는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광주KAIST를 중심으로 지역대학들이 힘을 모아 인재양성과 지역발전의 아이디어경쟁에 나서고 있다. 아무 것도 없었던 황무지같았던 광주지역이 국내 광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현실을 보자. 시민설문조사에 의하면 최우선 과제가 종합대학의 유치이다. 울산 소재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연구소가 하나 둘씩 지역을 떠나고 있는 이유도 인적자원의 부족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산업의 구조고도화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고, 새로운 대체산업의 육성도 절실하다. 이 모든 것들이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수급에 따라 가능하다.

 오토밸리를 비롯한 지역특화산업은 연구소나 기업의 유치 등을 촉진할 것이지만, 지역내 고급인력의 수급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는 울산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도시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장기플랜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지역산업과 연계성을 가지면서 특성화된 대학의 유치는 필수적이다. 경쟁력 있는 대학의 유치는 울산의 미래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KAIST는 몇몇 백화점식 사립대학의 유치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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