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아파트 단지 진입로...매일 거대한 주차장 변신

사고 위험에 불안하지만 사정봐주느라 단속 시늉만

▲ 지난 12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아파트단지 진입도로변에 대형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지난 12일 오후 11시 울산시 울주군 천상리.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는 편도 2차선 도로를 따라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약 1㎞의 이 도로에 세워진 화물차량은 모두 51대. 덤프트럭과 트레일러를 비롯해 탱크로리 차량과 대형버스 등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형트럭 운전기사 조모(49)씨는 ‘여기에 차량을 세워두면 안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차고지가 광주라서 어쩔 수가 없다”며 “상개동(화물차휴게소)까지 갔다 오려면 왕복 두 시간은 걸린다. 여기에 세워두고 차에서 자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울산고속도로 인근지역이 화물차 밤샘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천상리 아파트단지 외곽도로를 비롯해 문수고등학교 인근과 울산IC 진입로 등은 해가 저물면 화물차들로 가득 찬다. 화물차량들은 지정된 차고지가 있지만, 거리와 시간 상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고, 이같은 사정을 아는 지자체도 강력한 단속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차 주차장’으로 변한 지역은 대부분 주거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항상 사고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울산IC 진입도로는 굴화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램프가 개통되면서 사고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구영리의 한 주민은 “굴화쪽으로 나가려면 가장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매번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고속도로 진입로를 따라 탱크로리와 대형트럭 등 18대가 끝차선을 점령하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 울산 지자체가 실시한 ‘화물차 밤샘주차 단속’은 모두 26차례. 지자체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불법 밤샘주차 차량 211대를 적발하고, 울산에 차고지를 둔 49대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타 지역 차량은 해당 지자체에 통보조치했다. 과징금은 차량 적재량에 따라 5~20만원 정도다.

단속은 꾸준히 실시하고 있지만, 화물차의 밤샘주차는 근절될 수가 없다는 게 시와 지자체의 설명이다. 타 지역에 차고지를 둔 차량들이 해당 지역까지 가서 차를 세워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화물차량 운전기사는 “지자체에서 단속을 실시하기 전에 미리 알려준다”며 “화물차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고 귀뜸했다.

남구 상개동에 화물차 휴게소가 마련돼 있지만, 공단지역을 오가는 차량들로 항상 붐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고속도로를 좀더 쉽게 이용하기 위해 이를 외면하는 차량도 많다.

울산시 관계자는 “화물차량 기사들이 차를 세워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시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북구지역에 차고지를 조성할 계획이고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측도 울주군 지역에 차고지 조성을 준비 중인 상태다”고 말했다.

차상은기자 chazz@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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