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김영환 씨 고문 사실이 알려지고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역시 영토 문제로 강하게 대립하는 듯하다.
 한ㆍ중ㆍ일 3국의 외교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자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실물경제ㆍ금융부문 손실뿐 아니라 반한(反韓)감정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韓, 中ㆍ日 의존 심해 경제보복 시 예측불허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의 독자 6천958명 중 90%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33.1%는 관세 등 경제적 조치를 부르짖었다.
 일본이나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면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우리 수출은 일본에서 첨단기술ㆍ부품을 들여와 중국에서 조립해 미국 등에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입은 311억달러다. 전체 수입의 12.4%다.
 대부분이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수출 주력 상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다. 가령 현대ㆍ기아차의 일본 부품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나 시스템반도체 등 몇몇 핵심 부품은 일본제에 의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17일 “일본이 노골적으로 수출을 줄일 순 없지만 신제품ㆍ추가 물량 수출 등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국이자 생산기지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중 수출은 594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3.2%나 차지한다.
 수출이 우리나라 성장의 버팀목임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인 것이다.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도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무역보복 가능성은 일본보다 중국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자국 어선이 일본에 나포되자 첨단 전자기기의 원료인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중단했다. 일본은 사건 18일 만에 선원을 모두 석방하며 백기를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방태섭 수석연구원은 “현재는 한ㆍ중ㆍ일 모두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무역보복 등엔 더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혼란…심리적 동요가 더 문제
 한ㆍ중ㆍ일 외교 갈등으로 금융 분야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한일 통화스와프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끼리 서로 다른 통화를 일정 조건에서 상호 교환할 수 있게 한 협정이다. 한쪽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상대국이 융통해줘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되는 안정장치다.
 1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에 대응해 통화스와프 협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통화스와프로 일본도 이익을 보고 있으므로 협정을 해지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정 해지 가능성에 따른 불안심리는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과거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에 안정심리를 가져다줬다”며 “반대로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해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들어온 일본ㆍ중국계 자금도 위험요소다.
 7월 말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380조원 들어와 있다. 이중 일본계 자본은 6조5천억원(외국 자금 전체의 1.7%), 중국계 자본은 4조4천억원(1.2%)다. 채권시장에서도 중국은 10조9천억원(전체의 12.2%)을 갖고 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한꺼번에 움직이면 파장을 만들기엔 충반한 규모다. 특히 중국계 자본은 대부분 국부펀드 등으로 중국정부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유출입이 가능하다.
 김 연구위원은 “당장은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도 “중국은 미국에도 ’보유한 국채를 다 팔겠다‘ 협박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는 어떻게 보이겠는가”라고 말했다.

 ◇반한감정… 한류수출ㆍ관광수입에도 악영향
 외교갈등이 심화하면 반한감정에 따른 2차 피해 또한 예상된다.
 한류문화 수출 역시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국제수지상 ‘음향영상서비스 수입’은 1억3천70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는 영화, 라디오, TV프로그램 제작, 음악녹음 제작 등의 수입으로 이른바 ‘한류수출’에 해당한다.
 그러나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 이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16일 일본 BS닛폰 위성방송에서는 탤런트 송일국이 주연인 한국 드라마 방영을 무기한 연기했다. 송일국 씨가 독도횡단 수영행사에 참가했단 이유다.
 한류수출이 감소는 다른 부문의 수출도 줄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문화상품 100달러 수출 증가가 소비재 수출을 평균 412달러 늘렸다.
 수출입은행 김윤지 연구원은 “거꾸로 뒤집으면 문화상품 100달러 수출 감소가 소비재 수출을 412달러 줄이게 된다. 실제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한감정은 관광수입에도 악영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9만명, 중국인 관광객은 222만명으로 합치면 전체 외래 관광객의 56.3%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하루에 평균 254달러, 일본인 관광객은 234달러씩 지출하는 큰손이다. 미국(122달러), 프랑스(133달러) 관광객의 두 배다.
 이들 국가의 관광객이 줄어들면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현재 FTA 추진은 한일 양자 FTA와 중국이 포함된 한ㆍ중ㆍ일 FTA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에 대한 각국 감정이 좋지 않아지면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FTA 체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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