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파견생활을 마치고 다시 울산으로 돌아왔다. 지난 겨울 일시 귀국하기도 했고 인터넷으로 울산소식도 자주 접하였건만 귀국 후 다소 멍멍한 상태이다. 미국생활의 환상과 세계 제1의 도시에서 생활하다 돌아와서 문화 차이를 느껴서 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미국에 있으면서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만큼 큰 걱정을 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번진 사스였다. 나라 전체가 온통 뒤숭숭한데 사스 환자가 생기지 않은 일은 정말 다행스럽다.

 살던 아파트로 돌아와 내려다보이는 동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길은 좁고 차들이 길을 메우고 있음을 보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갑갑함을 느낀다. 뉴욕은 자동차 실용화가 아득했던 1811년에 이미 오늘날의 가로망을 계획했었는데 울산은 10년을 내다보지 못한 도시계획을 하고 있다. 울산미래를 고민해야할 도시계획위원회는 아직까지도 제 역할을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NEIS 문제로 교육계가 시끌시끌하고 각종 단체의 자기 목소리가 요란하기만 하다. 떠들지 않으면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당국의 자세도 물론 비난받아야 하지만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도 크게 걱정이 된다. 뉴욕시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많은 직원을 해고했는데 거센 항의 소식은 못 들었었고, 한때 반전운동이 있었지만 대체로 조용한 미국이었다.

 지난해 출국 직전 울산시의회를 방문해 의회를 중심으로 경부고속철 울산역유치 활동을 전개해주기를 바랐는데, 범시민 모임이 탄생되어 활동하게 되어 정말 다행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날 유치운동의 뿌리를 생각했으면 했고, 또 더 폭넓은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대통령이 고속철 울산역에 대해 ●절반의 약속’을 하였건만 울산에서는 중앙의 연결 ‘끈’이 없어 안타깝다.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지 어깨띠를 두르고 주먹을 흔들며 관철할 일은 못된다. 대통령 약속을 떠받치고 힘을 합쳐야 할 ‘코드’가 같다는 울산의 비주류 사람들이 제각기 나뉘어서 움직이는데 시민의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적한 시정을 두고 울산의 여러 수장들이 미국에 가 열흘 이상 자리를 비웠다. 자매도시 일정이 끝난 뒤 어디에서 어떻게 보냈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울산에 본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관련 광고도 한참 보였는데 참 걱정스럽다. 1%도 못되는 ●특정 토박이’들 때문에 전체 시민의 약 20%인 대부분의 ‘보통사람 토박이’들 까지도 비판을 받고 있고, 또 울산 화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저런 여러 걱정스런 점도 있지만 미국 뉴욕주 넓이와 비슷하고 그것도 대부분 산지인 우리나라가 그래도 이 정도 잘 살고 있음은 우리 민족의 저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길은 좁고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으며 자기주장 목소리들도 크지만 6월의 녹음을 간직한 아름다운 산과 들이 있고 주위에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차츰 보람된 생활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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